다시 그리스다. 이번에는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그리스 신용등급을 세 단계 낮춰 투기등급으로 떨어뜨린 게 원인이다.

투자등급을 조정한 날 국제금융시장은 홍역을 치렀다. 그리스가 만기되는 국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될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보면 그리스는 부도 전력이 있는 러시아나 아르헨티나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세계 증시가 그리스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전염성 때문이다.

남유럽 여러 나라의 재정 상태가 그리스와 별반 다르지 않아 한 나라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국가도 연쇄적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그리스가 과연 그 정도로 문제를 일으킬지는 미지수다. 최근 그리스의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과 국채 수익률이 오르는 데도 다른 남유럽 국가들은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엔 같이 움직였지만 이제는 국가별로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그리스 문제가 유럽 전체의 문제로 확대되지 않을 수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스 문제가 실제 이상으로 논란이 되는 것은 지금이 금융위기 직후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이 한번 쇼크를 받으면 일정 기간 유사 상황의 재발을 걱정하게 되는데 지금이 그 시기다. 그리스 문제는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이벤트다. 이미 익숙한 사안이 됐고,지리적으로 너무 먼 곳에서 진행되고 있으며,유럽국가들이 공조를 통해 사태를 진정시킬 가능성이 크다.

주가가 조정에 들어간다면 이는 그리스 때문이 아니다. 성장률이 7%를 웃도는데 정책금리는 연 2%에 지나지 않는 등 지금 투자환경은 최고 상태다. 이는 새로운 모멘텀이 시장에 생기기 어렵다는 의미도 된다. 이 점이 그리스보다 더 우려되는 부분이다.

이종우 HMC 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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