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휴대폰 판매량에서 모토로라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글로벌 휴대폰 업계 '빅5' 안으로 들어왔다. 지난 10년여간 세계 휴대폰 업계는 노키아 삼성전자 LG전자 소니에릭슨 모토로라로 상징되는 빅5 체제가 견고히 유지돼 왔다. 하지만 지난 1분기 모토로라가 역대 처음으로 휴대폰 판매량에서 애플에 뒤지는 결과가 나왔다.

모토로라는 29일(현지시간) 글로벌 시장에서 85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29.2% 줄어든 물량이다. 애플의 지난 1분기 아이폰 판매량(880만대)에도 뒤지는 성적이다. 지난해 4분기만 해도 애플은 870만대를 팔아 5위권 밖에 머물렀었다.

모토로라의 판매량 급감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하며 일반 휴대폰 부문을 신경쓰지 못한 결과로 시장은 분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지난 1분기 230만대를 팔며 작년 4분기에 비해 15% 늘렸다.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스마트폰 '드로이드'를 내놓는 등 안드로이드폰 출시에 역량을 집중했다.

전문가들은 "모토로라가 다양한 안드로이드폰 출시에 힘입어 지난 1분기 6900만달러의 순이익을 냈다"며 "하지만 아이폰 하나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애플에 밀려 더 이상 업계 빅5의 자리는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30일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의 공세에도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를 유지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의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정도 늘어난 6430만대였다. 1분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작년 4분기(6880만대)보다는 7% 줄었다. 휴대폰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12%대로 나타났다.

글로벌 휴대폰 1위 업체인 노키아의 아성은 예전 같지 않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에 저가 제품을 집중 공급하며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노키아 휴대폰의 평균판매단가(ASP)는 62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66달러에 비해 떨어졌다.

LG전자는 지난 1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가량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0.9%로 크게 하락했다. 소니에릭슨은 1분기 1050만대의 휴대폰을 판매하는 데 그쳐 애플의 다음 먹잇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