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재정위기가 'PIGS 국가(포르투갈,아일랜드 · 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전체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이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에 이어 스페인까지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고 이탈리아 · 아일랜드의 국채 가격이 폭락하자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부랴부랴 그리스에 총 1200억유로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리스 역시 240억유로 규모의 재정 긴축에 동의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0일 "그리스가 대대적인 긴축정책을 실시하는 대신 유로존 등이 3년간 그리스에 1200억유로를 제공하는 내용의 지원안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올리 렌 EU집행위원회 경제 ·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며칠 내로 그리스를 국가부도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들은 그리스 재정 지원 관련 협상이 이번 주말께 마무리돼 다음 주 중 그리스 의회의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는 대가로 공공부문 임금 동결을 포함해 240억유로 규모의 긴축안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재정 확충을 위해 공공부문 상여금 폐지 등 지출을 줄이고,부가가치세율을 현행 21%에서 25%까지 높이는 등 수입을 늘리기로 했다. 유류세와 주세,담뱃세 등도 10%가량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혹독한 긴축정책을 시행할 경우 그리스 국민 평균소득은 2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그리스 지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며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들어왔던 독일도 신속한 구제금융 지원 행보에 돌입했다.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매우 고통스러운 선택이지만 (그리스 지원 외에) 다른 합리적인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정부는 오는 3일 오전 긴급 각료회의를 열어 그리스 지원안을 확정한 뒤 당일 오후 곧바로 의회에 지원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그동안 "그리스의 자구안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던 독일 야당들도 입장을 바꿨다. 녹색당이나 사회민주당 등 주요 야당들은 "지원안 논의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통상 몇 달씩 걸리는 지원안 심사 기간을 수일로 단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일 의회는 7일까지 그리스 지원안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중국을 방문 중인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그리스 구제안과 관련,"그리스 지원에 대해 프랑스와 독일은 완벽하게 합의를 이뤘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 내에선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파업과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그리스 양대 노조인 공공노조연맹(ADEDY)과 그리스노동자연맹(GSEE)은 1일 대규모 노동절 시위에 이어 5일에는 전면 총파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