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를 위협하면서 환율이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 정부 당국자가 구두개입을 통해 환율 방어를 시사한 바 있으나 원화는 앞으로도 기조적으로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유로화는 유로지역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라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유로지역은 과도한 정부부채로 인해 경기 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의 사용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따라서 내수보다는 수출로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통화의 가치 하락이 선행되어야 한다.

일본 엔화는 금융위기 이후 안정적인 경상수지와 다른 선진 경제지역 대비 금융시스템의 손실이 제한적이었던 덕에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위기 이후 미국보다 경기 회복이 더딘 일본의 엔화는 점진적으로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아시아는 현재 가장 빠른 경제 회복을 보이는 지역이며,이미 소비 여력이 크게 둔화된 선진국 경제권의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통화의 강세가 지속적으로 요구된다. 그 가운데서도 한국은 안정적인 투자처로 뽑히면서 해외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돼 통화의 강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환율의 하락으로 인해 포트폴리오 투자자들은 수출업종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고민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아직 환율에 대해 우려할 시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고, 특히 주요 수출 경쟁국인 일본의 엔화에 비해서도 초강세를 보인 2006~2008년 당시에도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미국 및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에 시장점유율을 잠식당하지 않았으며, 수출업종의 주가 수익률도 원 · 엔 환율 900원대까지는 상대적으로 초과 수익을 냈다.

현재 원 · 엔 환율은 1170원 수준인데 현재 환율은 당시 수준에 비해서도 15% 이상 한국 기업에 여유있는 상황이다. 또한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인해 환율 하락폭 이상으로 수출 물량 자체가 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현재 주요 수출기업이 증시에서 차지하는 시가총액 비중은 올해 수출기업이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보다 낮은 수준이다.

결국 이익을 많이 내고 있으나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수출주 중에서도 수요가 견조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주식의 상대적 강세 현상은 이어질 전망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 j.oh@youfir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