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보다 2분기가 더 좋아질 것이다. "

30일 삼성전자 IR팀장 이명진 상무가 내놓은 전망이다.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 2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자신감이 담겨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분기에 5조원,연간으로는 19조원의 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모리와 LCD(액정표시장치) 시황이 호조를 이어가는 데다 3차원(D) TV,LED(발광다이오드) TV 등 프리미엄 시장을 선점한 TV 부문의 수익성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호황 더 간다

실적행진의 주역은 반도체다. 1분기 1조96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이익률도 24%까지 끌어올렸다. 반도체 호황기였던 2004년 2분기(2조1494억원)에 필적할 만한 성과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데다 올해 들어서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공급이 달리는 양상이 나타나면서다.

반도체 사업은 2분기에도 삼성전자의 기록 경신을 이끌 캐시카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남성 반도체사업부 전무는 "비수기인 2분기에도 PC 시장이 견조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여 D램 수요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재고 부족 △3분기 성수기에 대비한 수요 증가 △설비증설 지연에 따른 단기 생산량 확대가 어렵다는 점 등이 공급자 위주의 시장을 만들어갈 것이라는 얘기다.


◆TV,휴대폰도 호전 기대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TV도 '효자' 구실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트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도 1분기 5200억원의 영업이익과 사상 최대인 840만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3D TV,LED 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선점한 덕분에 1%대에 그친 후발업체들과 달리 4%대의 견조한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북미지역 평판 TV 판매 목표를 10% 이상 상향하는 등 올해 4000만대의 TV를 판매할 계획이다.

김양규 영상디스플레이사업 전무는 "2분기 세계 평판 TV 수요는 남아공 월드컵,LED TV,3D TV 수요 확산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34% 늘어날 것"이라며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다져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휴대폰은 기대 이상의 선전이 돋보인다. 2분기에도 바다폰,안드로이드폰 등 전략 스마트폰을 집중적으로 출시해 두 자릿수 이익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김환 무선사업부 상무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가운데 50% 이상은 안드로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LCD 등 부품에 이어 TV,휴대폰 등의 세트 제품까지 선전하면서 삼성전자의 올해 실적은 지난해(매출 136조2900억원-영업이익 10조9200억원)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 일각에선 올해 '매출 150조원-영업이익 19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로 승자독식 굳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CAPEX)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이명진 상무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시설투자 규모를 당초 계획보다 상당히(substantial) 늘릴 방침"이라며 "7월 말께로 예정된 2분기 실적 발표 이전까지는 추가 투자 규모를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반도체,TV 등의 호황에 맞춰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투자 확대처로는 메모리와 시스템 LSI를 비롯한 반도체와 LCD패널 등을 꼽았다. 그는 "추가 투자로 늘어나는 생산 시설이 올해 제품 생산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반도체 분야에서 올해 화성사업장 내 16라인 건설을 마무리하고 내년엔 17라인 건설에 들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소니와의 합작법인인 S-LCD를 통해 5000억원 규모의 LCD 생산설비 확충에도 나서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충남 아산 탕정에 자사 소유의 8세대 LCD 생산라인 1개와 S-LCD 소유 라인 2개를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라인은 월 6만장(2200?C2500㎜ 기준)가량의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S-LCD의 두 라인은 총 14만장의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삼성의 LCD 생산 능력은 월 25만장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 현재 20조6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김장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투자의 구체적인 결과가 이르면 올 하반기,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나오기 시작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이 또 한번 업그레이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