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만의 석유시추 시설 폭발로 발생한 거대한 기름띠가 강한 바람에 밀려 연안으로 다가오면서 미국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습지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미시시피강 하구의 연안습지가 파괴돼 막대한 해양생태계 피해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원유 유출로 멕시코만 바다에 형성된 1550㎢나 되는 거대한 기름띠가 29일(현지시간) 오후 루이지애나주 남부의 미시시피강 하구 '사우스 패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원유 유출 지점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유출량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다섯 배 많은 5000배럴로 나타났고,해풍의 영향으로 오염 확산 속도도 사건 초기보다 다섯 배나 빨라졌다. 석유시추 시설인 트랜스요션사의 '딥 워터 호라이즌'이 지난 20일 밤 폭발로 가라앉으면서 유출된 기름이 9일 만에 미국 연안까지 도달한 것이다.

연안습지 생태계가 파괴될 위험에 직면하면서 이번 원유유출 사건이 미국 최악의 환경참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미시시피강 하구는 다양한 조류와 해양생물 등이 미국에서 가장 풍부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매년 2조원의 수입을 올리는 인근 어장 피해는 물론이고 잘 보전된 해양생태계의 파괴가 우려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및 플로리다 주지사들과 전화 통화를 갖고 기름오염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연방정부 차원의 지원대책 등을 집중 논의했다고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이 전했다. 이날 주 재난사태를 선포한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기름띠 확산으로 최소 10개의 야생생물보호구역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수십억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며 연방정부 차원에서 국가재난사태 선포를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