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米壽 청년' 신격호 롯데 회장…그의 또다른 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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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울산서 40년째 마을잔치
지팡이 짚었지만 정정한 모습…잔치 끝난 후 업무보고까지 받아
"제2롯데월드 늦어져 안타깝다"
지팡이 짚었지만 정정한 모습…잔치 끝난 후 업무보고까지 받아
"제2롯데월드 늦어져 안타깝다"
미수(米壽 · 88세)에도 정정해 보였다. 지팡이를 짚긴 했지만 산책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였고,날카로운 눈매도 여전했다. 눈가에 파인 주름으로 겨우 그의 나이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2일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린 마을잔치에서다. 신 회장의 모습이 공개되기는 작년 이맘때 한 쇼핑객이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의 외관을 지켜보는 장면을 찍은 후 1년여 만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마을잔치가 끝난 뒤 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68)과 함께 둔기리 별장의 정원을 산책한 뒤 태화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별장 내 팔각정에 앉아 그룹 정책본부 임직원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베이지색 점퍼에 흰색 모자를 눌러쓴 신 회장은 거동하는 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별장으로 찾아와 신 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강길부 의원(한나라당 · 울산 울주)은 "말투도 또렷또렷하고 귀도 밝을 뿐 아니라 오래 전 일도 정확하게 기억하더라"며 "3개월 전에 만났을 때는 신 회장이 '건강은 걱정없다. 앞으로 30년은 더 살거다'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신 회장은 평소 매일 1~2개 계열사의 업무현안을 보고받고 틈나는 대로 청계천을 산책한다"며 "세월이 신 회장을 비켜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2년 동안 롯데가 두산주류,중국의 대형마트인 타임스,바이더웨이,GS백화점 · 마트 등 굵직굵직한 매물을 잇따라 인수하며 덩치를 불린 것이 신 회장의 '사업에 대한 의욕'을 한층 더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웬만한 그룹 현안은 직접 챙기는 신 회장이지만,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추진 중인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롯데는 서울 잠실에 123층 높이의 제2 롯데월드를,부산 중앙동에 107층짜리 부산롯데타운을 건립할 계획이지만,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아직 착공하지 못한 상태다. 강 의원은 "신 회장이 서울과 부산에 각각 100층이 넘는 랜드마크 빌딩을 짓고 있는데 이런저런 행정 절차 때문에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며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기업이 투자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는데 한국은 아직 그만큼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고향인 울산에 투자를 더 해달라"는 강 의원의 요청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신 회장은 "오는 11월 KTX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울산에도 KTX역이 들어선다. 그런 만큼 영남알프스 진하해수욕장 등 이 지역 관광상품을 제대로 개발하면 수도권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 여행사인 롯데JTB 등을 통해 괜찮은 관광상품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강 의원은 전했다.
이날 마을잔치가 열린 신 회장 별장 바로 옆 잔디밭은 '둔기회' 회원 830명과 1000명이 넘는 가족들로 가득 찼다. 둔기리 출신인 신 회장은 1969년 대암댐 건설로 이 일대가 수몰돼 고향 사람들이 흩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둔기회'를 결성,1971년부터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고향 사람들을 초청해 잔치를 열기 시작했다. 올해는 40주년이 되는 해다. 신 회장은 이날 둔기회 회원들에게 1인당 교통비 10만원과 롯데제과 선물세트,무선 전기주전자를 선물했다.
신 회장의 11촌 친척인 신동임 둔기회 회장(67)은 "둔기리는 영산 신(辛)씨의 집성촌"이라며 "고향이자 친척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없어진 데 대해 신 회장이 매우 가슴 아파했다"고 소개했다.
잔치가 열리는 동안엔 신 회장은 별장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55),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56),신영자 사장 등 자녀와 친동생인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 등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롯데 관계자는 "출세하면 고향을 찾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신 회장의 고향사랑은 그중에서도 유별나다"며 "지난해 사재 570억원을 털어 울산지역 발전을 위해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한 것도 고향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홀수달엔 한국에,짝수달엔 일본에 머무르는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귀국해 이달 1일 둔기리에 도착했다. 신 회장은 3일 다시 부산으로 이동해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을 둘러본 뒤 4일께 서울로 올라올 계획이다.
울산=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이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2일 신 회장의 고향인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열린 마을잔치에서다. 신 회장의 모습이 공개되기는 작년 이맘때 한 쇼핑객이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의 외관을 지켜보는 장면을 찍은 후 1년여 만이다.
신 회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마을잔치가 끝난 뒤 딸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68)과 함께 둔기리 별장의 정원을 산책한 뒤 태화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별장 내 팔각정에 앉아 그룹 정책본부 임직원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베이지색 점퍼에 흰색 모자를 눌러쓴 신 회장은 거동하는 데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이날 별장으로 찾아와 신 회장과 이야기를 나눈 강길부 의원(한나라당 · 울산 울주)은 "말투도 또렷또렷하고 귀도 밝을 뿐 아니라 오래 전 일도 정확하게 기억하더라"며 "3개월 전에 만났을 때는 신 회장이 '건강은 걱정없다. 앞으로 30년은 더 살거다'라고 했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신 회장은 평소 매일 1~2개 계열사의 업무현안을 보고받고 틈나는 대로 청계천을 산책한다"며 "세월이 신 회장을 비켜가는 듯한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최근 2년 동안 롯데가 두산주류,중국의 대형마트인 타임스,바이더웨이,GS백화점 · 마트 등 굵직굵직한 매물을 잇따라 인수하며 덩치를 불린 것이 신 회장의 '사업에 대한 의욕'을 한층 더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웬만한 그룹 현안은 직접 챙기는 신 회장이지만,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서울과 부산에서 각각 추진 중인 랜드마크 빌딩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롯데는 서울 잠실에 123층 높이의 제2 롯데월드를,부산 중앙동에 107층짜리 부산롯데타운을 건립할 계획이지만,행정적인 문제로 인해 아직 착공하지 못한 상태다. 강 의원은 "신 회장이 서울과 부산에 각각 100층이 넘는 랜드마크 빌딩을 짓고 있는데 이런저런 행정 절차 때문에 사업이 진척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며 "그러면서 '일본에서는 기업이 투자하면 정부가 직접 나서서 도와주는데 한국은 아직 그만큼은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고향인 울산에 투자를 더 해달라"는 강 의원의 요청에 대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답했다. 신 회장은 "오는 11월 KTX 2단계 구간이 개통되면 울산에도 KTX역이 들어선다. 그런 만큼 영남알프스 진하해수욕장 등 이 지역 관광상품을 제대로 개발하면 수도권 관광객들을 끌어모을 수 있다. 롯데그룹 계열 여행사인 롯데JTB 등을 통해 괜찮은 관광상품을 개발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고 강 의원은 전했다.
이날 마을잔치가 열린 신 회장 별장 바로 옆 잔디밭은 '둔기회' 회원 830명과 1000명이 넘는 가족들로 가득 찼다. 둔기리 출신인 신 회장은 1969년 대암댐 건설로 이 일대가 수몰돼 고향 사람들이 흩어졌다는 소식을 접한 뒤 '둔기회'를 결성,1971년부터 매년 5월 첫 번째 일요일에 고향 사람들을 초청해 잔치를 열기 시작했다. 올해는 40주년이 되는 해다. 신 회장은 이날 둔기회 회원들에게 1인당 교통비 10만원과 롯데제과 선물세트,무선 전기주전자를 선물했다.
신 회장의 11촌 친척인 신동임 둔기회 회장(67)은 "둔기리는 영산 신(辛)씨의 집성촌"이라며 "고향이자 친척들이 모여 사는 동네가 없어진 데 대해 신 회장이 매우 가슴 아파했다"고 소개했다.
잔치가 열리는 동안엔 신 회장은 별장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55),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56),신영자 사장 등 자녀와 친동생인 신선호 일본산사스식품 회장 등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롯데 관계자는 "출세하면 고향을 찾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신 회장의 고향사랑은 그중에서도 유별나다"며 "지난해 사재 570억원을 털어 울산지역 발전을 위해 '롯데삼동복지재단'을 설립한 것도 고향에 대한 애착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통 홀수달엔 한국에,짝수달엔 일본에 머무르는 신 회장은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귀국해 이달 1일 둔기리에 도착했다. 신 회장은 3일 다시 부산으로 이동해 롯데백화점 광복점 등을 둘러본 뒤 4일께 서울로 올라올 계획이다.
울산=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