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에서 자금유출이 주춤해진데다 삼성생명 상장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임박하면서 유동자금이 증시로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 섞인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수익성 전망 등에서 국내 증시가 매력적인 것은 아니지만 채권과 예금.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통틀어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서 유동자금이 결국 증시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서다.

이런 이유로 삼성생명 상장 등 잇따른 공모주 청약일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공모주 청약을 고리로 일부 유동자금은 증시로 재유입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증시 엑서더스는 다소 둔화
외국인 매도세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차익을 실현하고 주식시장을 떠나는 개인 투자자의 '엑서더스'는 일단 주춤하는 모습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유가증권시장 개인 순매도는 3조8천565억원에 달했지만 4월에는 200억원대로 크게 줄었다.

올 초 증시가 급등할 당시의 순매수 규모에는 못 미치지만 자금 유출은 일단 진정된 셈이다.

국내주식형펀드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5일 5천억원을 돌파한 국내주식형펀드의 순유출 금액은 27일과 28일 1천200억~1천900억원대로 감소했고, 29일에는 오히려 순유입으로 돌아서면서 유출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의 증시 이탈이 둔화하고 있다는 것은 시중 자금이 증시 주변부를 맴돌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완전히 증시를 떠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고객예탁금은 지난달 29일 현재 14조3천622억원으로 지난달 27일 이후 사흘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은 물론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 달 전인 지난달 2일 12조9천880억원까지 떨어진 것에 비하면 1조3천700억원 이상 급증한 것이다.

증권사들이 관리하는 자산관리계좌(CMA) 잔액도 지난달에만 3조9천600억원이 늘어나며 잔액이 처음으로 40조원을 넘어섰다.

SK증권의 안정균 연구원은 "저금리 지속과 주택경기 회복 지연으로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 보니 자금이 증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며 "자금이 언제 증시로 돌아올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주식과 관련된 상품의 선호도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상장, 자금흐름 분수령 될 수도
전문가들은 삼성생명을 비롯해 5월 공모주 청약이 증시 주변부를 맴도는 부동자금의 향방을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모주 청약 열기로 주식 투자가 되살아날 수도 있지만 투자자들이 청약에 따른 이익만 실현하고 증시를 빠져나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동자금이 공모주 청약 이후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단기냐 장기냐'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달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삼성생명의 공모주 청약 이후에도 줄줄이 공모주 청약 일정이 이어진다.

10∼11일과 11∼12일 각각 신한제1호스팩과 만도, 13일 모바일리더, 17일에는 인피니트헬스케어가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또 이달 마지막주에는 투비소프트, 환영철강공업 등이 대기 중이다.

우선 삼성생명 상장으로 청약 시장의 열기는 바짝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생명 대표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생명 공모가가 확정된 지난달 23일 이후 26일 1천509개를 시작으로 신규계좌가 급증,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3천451계좌를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정관 전무는 "공모주에 거의 모든 부동자금이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생명 청약에 따라 몰린 자금이 하반기까지 증시에 남아 수급을 보완할지는 미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시중 자금이 삼성생명에 이어 줄줄이 대기 중인 공모주 청약으로 옮겨갈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증시에 부동자금을 끌고갈 만한 매력이 없다는 분석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유동자금이 단기 투자상품에만 머무는 최근 트렌드도 부동자금의 증시유입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생명 청약에 유입된 자금 중 상당 부분은 원래 있던 곳으로 환류하겠지만 일부는 증시에 잔류, 다른 공모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곽세연 이준서 권혜진 기자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