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가기가 너무 편해졌어요. 귀한 선물을 받아 아이들이 너무너무 행복해 합니다. "

지난달 15일 대전광역시 서구 장안동 장애영유아생활시설 '한걸음'.3~10세까지 다양한 장애를 안고 있는 아동들의 보금자리인 이곳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삼성화재의 장애인 생활환경 개선 프로그램인 '500원의 희망선물' 100호점으로 선정되면서 화장실을 비롯한 시설이 확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명순 한걸음 원장은 "평소 아이들이 화장실 가는 걸 싫어했는데 분위기가 달라져 화장실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며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들이지만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500원이 비록 작은 돈이지만 모이면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물해줄 수 있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덧붙였다.

◆장애를 잊게 해 준 500원의 사랑

'한걸음'은 문을 연 지 4년밖에 안 됐지만 매일 수차례 이용하는 화장실과 목욕 공간은 장애아동의 특성에 맞지 않아 이만저만한 불편이 아니었다. 욕조는 바닥보다 낮게 설치됐다. 재질도 돌이어서 아이들이 낙상 등 안전사고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었다. 생활재활 교사들도 늘 구부린 상태에서 아이들을 목욕시켜야 했다. 특히 중증 장애아동의 경우 바닥에 이불을 깔고 아이를 눕힌 채 목욕을 시켜야 해 개보수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이런 '한걸음'에 지난달 초 뜻밖의 선물이 전해졌다. 삼성화재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인 '500원의 희망선물' 대상 시설로 뽑힌 것.삼성화재는 우선 깊이 파인 욕조부터 메우고 재질을 안전한 것으로 바꿨다. 목욕 의자와 중증 장애아동을 배려한 목욕 침대를 설치해 생활재활 교사의 불편함도 해소했다. 화장실 입구도 아이들의 안전과 키를 고려한 문으로 교체했다. 타일 역시 어둡고 칙칙했던 색깔에서 밝은 색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꾸몄다.

역시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다. 욕조에 부딪쳐 다친 이후 목욕하는 것을 싫어하던 아이들이다. 지금은 마음껏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는 목욕시간이 제일 행복하다고 말할 정도로 바뀌었다. 세면대를 설치해 아이들이 화장실을 이용한 뒤 손씻기를 생활화해 건강도 크게 좋아졌다.

바뀐 것은 화장실만이 아니다. 40명의 장애아동들이 생활하는 7개의 방과 강당은 두껍고 푹신한 소재의 바닥재로 단장됐다. 이 원장은 "궁전은 아니지만 500원의 희망선물 덕분에 한걸음이 포근한 쉼터로 변했다"며 "500원으로 쌓아올린 사랑의 탑이 도움을 기다리던 사람들에게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주방 고쳐주자" 작은 모임서 출발

'500원의 희망선물'은 삼성화재 설계사(Risk Consultant)들이 장기보험 계약 1건을 체결할 때마다 500원씩을 기부해 마련한 기금으로 장애인 가정이나 시설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다. 주방 화장실 세면대 아동공부방 등 생활공간의 불편한 내부 인테리어를 장애인 거주자 맞춤형으로 개선해 생활 편의를 높일 수 있도록 리모델링해 준다.

이 운동은 삼성화재 설계사들이 "교통사고로 장애인이 된 여성들에게 주방시설을 고쳐주자"며 자발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 출발이었다. 여기에 참여하는 설계사들이 늘어나면서 전사적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와 사업을 공동 진행하면서 교통사고 장애인뿐만 아니라 모든 장애인들까지로 지원 범위를 확대했다.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나 가까이 있는 삼성화재 설계사,삼성화재 대표 전화,홈페이지를 통해 사연을 공모한 뒤 서류를 접수한다. 서류 심사 후 현장 실사를 하고 전문 심사위원회에서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리모델링 설계는 건국대학교 건축공학과 '장애물 없는 세상만들기 연구소'에서 담당한다. 1~2주간의 생활공간 개선 공사가 마무리되면 훨씬 편리해진 새 집 또는 시설로 입주하게 된다.

2005년 아들이 골형성부전증을 앓고 있던 가정의 편의시설 공사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두 100곳이 혜택을 받았다. 현재 2만1000명의 설계사가 동참하고 있으며 모금한 기부금은 18억원에 이른다. 공사에 들어간 금액은 한 곳당 평균 1500만원이다.

◆해피스쿨 캠페인도 전개

'500원의 희망선물'은 상호부조(相互扶助)로 삶의 위험을 준비하고 서로 돕는다는 보험의 정신과도 일치한다. 전국의 삼성화재 부 · 지점 조직망은 '500원의 희망선물' 활동에 적극 활용된다. 사회복지단체의 경우 전국을 망라하는 조직망을 갖추기가 힘든데 삼성화재의 전국 단위 지점과 소장 · 설계사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복지단체의 예산과 인력을 전국 곳곳의 선정 가정에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손해보험업의 특성상 설계사들이 장애인을 많이 알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삼성화재는 '500원의 희망선물'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을 계기로 새로운 사회공헌활동인 '해피 스쿨' 캠페인에 나선다. 삼성화재 설계사들이 자동차보험 계약 1건을 체결할 때마다 500원씩,월 10건,5000원 한도로 기금을 내면 이를 토대로 사단법인 세이프키즈 코리아와 함께 다양한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기로 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