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건강경영'에 여념이 없다. 아침식사를 챙겨주고 금연 펀드를 만들며 피트니스센터를 두기도 한다. 직원이 건강해야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원론적인 수준을 넘어,건강이 기업의 미래까지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건강경영'은 직원의 신체적 건강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조직도 건강해야 한다. 조직이 건강하면 활기찬 기업문화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직원 사기로 직결되고 기업의 성과로 이어진다.

조직의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소통이다. 소통은 마치 조직의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혈관이 막히면 인체가 병들듯,소통이 없으면 조직이 병들게 마련이다. 그래서 필자는 CEO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직원들과 소통을 위해 이메일을 적극 활용해 왔다. 인생 선배로서 조언도 하고,경영 목표를 상기시키며 독려할 때도 있다. 가끔은 좋은 사진이나 글귀,유머 등을 담아 보내기도 한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 부담스러워했던 직원들도 나중에는 자신이 알고 있는 소재들을 써 달라며 답장을 보내 오기도 한다. 메일 보내기는 이제 중요한 일과 중 하나가 됐다. 약속이 있으면 밤늦게라도 메일을 보내고,해외 출장에서도 매일 빠뜨리지 않고 있다.

꾸준히 직원들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CEO라는 자리가 주는 거리감도 많이 사라진 것을 느낀다. 예전 회사에서 대표로 재직할 때 한 여직원에게서 '나인브릿지에서 골프를 쳐 보고 싶다는 남편과 시아버지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내용의 메일을 받은 적이 있었다. 흔쾌히 청탁(?)을 해결해 준 뒤 나의 팬이 됐다던 그 여직원으로부터 감사의 메일과 선물을 받았다. 그때 그 직원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이렇듯 소통은 조직 구성원들을 끈끈한 정으로 뭉치게 해 준다.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곳은 물류회사다. 물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물류 역시 고객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일종의 소통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는 '열린 문 정책(open door policy)'이 있다. 문을 활짝 열어 놓는다는 말처럼,언제든 직원들이 상사와 자유롭게 만나 대화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소통을 강조하는 기업문화를 통해 인텔은 여러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건강을 잘 지키는 사람이 오래 살듯,건강한 기업이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소통은 기업의 건강을 위한 필수 요소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100년간 지속가능한 글로벌 100대 기업'에 아쉽게도 한국 기업들은 포함되지 못했다. 이 예측이 잘못된 것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것이 소통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소통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아 100년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 한국에서 나타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