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2일 말했다. 금융연구원이 은행 재편방안을 연구 중이며 정부에 정책 자문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김 원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차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를 방문 중인 김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외진출 확대 등을 위해 은행 대형화는 필요하지만 합병 때 시너지가 창출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해 세계 60위권의 은행이 됐는데 지금도 그 자리"라며 "두 금융지주회사의 핵심인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치는 것도 시너지가 없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점포가 상당수 겹치고 영업 스타일이 유사해 합치더라도 플러스 알파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김 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과 관련,"지방은행과 우리투자증권을 분리 매각하자는 방안도 나오고 있지만 일방적으로 분리매각 쪽만 이야기해선 안 될 것"이라며 분리매각 방식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또 산업은행과 외환은행 간 합병에 대해선 "론스타의 지분을 정부가 사들이는 격이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외화유동성 안정방안에 대해선 "글로벌 경기가 악화됐을 때 빠져나가는 외국자본이 경기가 좋을 때의 30% 수준임을 감안하면 외환보유액을 1000억달러가량 더 늘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