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근 건국대병원 흉부외과 교수가 개발한 심장판막 수술용 '카바'(CARVAR)가 국내 의료기기로는 처음 CE(유럽공동체) 최상위인 3등급 인증을 받는다.

송 교수 측은 2일 "지난주 CE 인증기구로부터 카바의 유럽 시판 허가를 위한 심사절차를 다 마쳤고 추가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제출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금명간 CE 인증을 획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카바' 공방이 새 국면을 맞았다. 대한심장학회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한국보건의료연구원 등은 카바에 대해 '검증되지 않은 위험한 수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이에 맞서 송 교수 측은 '이 수술을 경험하지 않은 의사들의 오해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카바는 송 교수가 1997년 특허 개발한 링 모양의 심장판막 성형용 의료기기다. 이를 이용한 카바 수술법은 문제가 생긴 심장판막 전체를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기존 수술법과 달리 병든 판막 가장자리와 대동맥 내부 사이의 공간에 링을 대 지지대 역할을 하게 만들고 판막을 링에 고정시킴으로써 판막 기능을 점진적으로 재생시키는 수술법이다.

본래 판막 전체를 제거하고 금속판막을 삽입하는 방식은 평생 혈액이 굳지 않도록 예방하는 항응고제를 먹어야 하는 불편이 있고,조직을 일부 재생한 인공판막은 내구성이 약한 데 비해 카바는 이 같은 결점을 극복했다는 게 송 교수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카바 수술법은 같은 병원 소속 유규형 · 한성우 교수가 2008년 12월 식약청에 27건의 부작용 사례를 제출하고 지난해 6월 유럽흉부외과학회지에 이를 지적한 논문을 게재함으로써 논란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이에 건국대는 이들 두 교수가 학교의 대외 신뢰도를 실추시켰다며 올 1월 해임 조치했다. 지난 2월에는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의료연구원이,지난달엔 대한심장학회가 각각 카바 수술의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란은 점점 커졌다.

국내 최고의 심장수술 대가로 꼽히는 송 교수는 2007년 10월 18년 동안 몸담았던 서울아산병원을 떠나 병원장에 준하는 예우와 당시 최고 연봉(3억원+α)을 받고 건국대병원에 스타 의사로 영입됐으며 2007년 말 200억원 이상을 사회에 헌납하기로 한 유언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그동안 8500건이 넘는 심장수술을 했고 국내 최초로 심장이식 수술,초저체온 대동맥 수술,심장 및 신장 동시 이식 수술,대동맥 판막 성형술 등에 성공하는 등 심장수술 분야에서 '신기록 제조기'로 통한다. 송 교수는 "유럽에서 객관적인 임상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CE 마크를 줬는데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하냐"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