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에 한 번씩/ 카네이션을 만들어 가슴에 달아드리고/ 어버이날이라 불러요/ 할아버지 할머니,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사주시는 부모님 앞에/ 꽃 한송이 부끄러운데/ 어떻게 그 마음 다 아셨을까/ 괜찮아,알뜰히 자라니/ 모두가 기쁨인 것을.'

'초등학교 6학년 어머니날에/ 선물 사 드린다고/ 돈 십원 움켜쥐고 돌아다녔어/ 붉은 카네이션과 함께/ 꽃무늬 손수건 사드렸는데/ 돌아가신 뒤/ 그날 어머니 웃음 생각나네.' 앞의 것은 동요 '카네이션 한 송이',뒤는 서홍관씨의 '꽃무늬 손수건'이다.

5월이다. 어버이날 받는 카네이션의 종류도 세월 따라 다르다. 아이가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엉성하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색종이 카네이션,조금 더 자라면 문방구 등에서 파는 헝겊 카네이션,그 다음엔 생화로 변하는 식이다.

카네이션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시대부터 재배됐다. 학명은 '디안투스 카리오필루스(Dianthus caryophyllus)'.디안투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와 '안투스(꽃)',카리오필루스는 '카리온(향기)'과 '필루스(잎)'의 합성어다.

원산지는 남유럽과 서아시아지만 오늘날 쓰이는 건 자연종에 중국계 패랭이꽃을 교잡한 것을 다시 미국에서 개량한 것이다. 장미 국화 튤립과 함께 4대 절화(切花,꽃다발용 꽃)로 꼽히고,모나코와 온두라스의 국화(國花)다. 꽃말은 '모정'(빨간색),'열렬한 사랑'(분홍색),'어버이의 죽음을 슬퍼하다'(흰색) 등.

어버이날과의 인연은 미국의 애나 자비스가 1908년 버지니아 그래프톤에서 열린 어머니 추도식에 흰 카네이션 오백 송이를 보낸 데서 비롯됐다. 미국에선 14년 윌슨 대통령에 의해 5월 둘째 일요일이 어머니날로 선포됐고,국내에선 56년 어머니날로 제정됐다 73년 어버이날로 바뀌었다.

이상 기후로 인해 국내 화훼 농가들이 어려움에 처했다는 소식이다. 연간 생산량의 약 70%가 4,5월에 소비되는데 저온현상으로 재배 중인 카네이션이 5월 말 내지 6월 초나 돼야 피게 생겼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값싼 수입산 때문에 힘겨운데 날씨마저 훼방을 놓는다는 얘기다.

꽃 대신 카네이션 모양 브로치나 비누 등 물건을 선물하자는 움직임도 있지만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겐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꽃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자주 뵙지 못하면 안부전화라도 늘릴 일이다. 정성껏 종이카네이션을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고.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