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주인 찾는 매물만 30여개…골프장 M&A 큰 장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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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핀크스 2200억에 인수
대기업·금융사 레저사업 강화
미래에셋·오리온 등 인수 관심
대기업·금융사 레저사업 강화
미래에셋·오리온 등 인수 관심
SK의 핀크스GC 인수를 계기로 골프장업계에 M&A(인수 · 합병) 바람이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연초 핀크스GC 매각설이 나돌 때만 해도 성사 여부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각 금액이 적지 않은 데다 골프장 위치도 '영업 불황'을 겪고 있는 제주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계약이 이뤄지면서 경영난에 허덕이는 골프장들이 새로운 주인을 찾는 '핀크스발(發) 골프장 구조조정'이 본격화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SK 왜 인수하나
SK는 2001년 일동레이크GC(18홀)를 매각한 이후 최근 몇 년 동안 골프장에 눈독을 들여왔다. 4대 그룹 중 유일하게 골프장을 보유하지 못한 데다 비즈니스 차원에서도 골프장의 필요성이 컸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열사들이 보유한 회원권 가격이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골프장 인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골프장 확보가 쉽지만은 않았다. 2007년 그룹 계열사인 SK에너지가 경기도 안산 대부도에 골프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합작사와의 법적 분쟁으로 관련 사업을 접었다. 이후 제주와 수도권 지역 골프장 인수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때마침 재일교포 김홍주 회장이 핀크스GC 매각 의사를 밝혀왔다. 한 · 일여자프로골프 대항전,발렌타인챔피언십 등 내로라하는 대회를 개최해온 핀크스GC는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제주 골프장 산업의 부침 속에 1999년 개장 이후 적자에 허덕였다.
SK는 핀크스GC와 더불어 비오토피아(Biotopia)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72만㎡ 규모의 비오토피아는 타운하우스(246채) 생태공원 미술관(4개) 온천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인허가를 받은 콘도,별장 등을 추가로 분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SK네트웍스는 W호텔 등 고급 호텔 운영 노하우를 살려 회원제 골프장인 핀크스GC의 운영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그룹사들의 각종 마케팅 활동이나 연수,세미나 등을 실시할 때 골프장과 비오토피아 등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골프장 M&A 큰장 선다
최근 들어 SK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금융기관들의 골프장 인수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누적 적자에 허덕이는 골프장들이 수두룩한 반면 향후 레저산업이 활성화될 경우 골프장 부지를 활용한 여러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온미디어 매각으로 4350억원의 실탄을 확보한 오리온은 경기도 포천에 골프장(36홀)을 짓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골프장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오리온은 이미 스포츠 · 레저분야를 주력산업이던 엔터테인먼트 · 미디어의 대체 사업으로 정했다.
외국계 금융기관인 맥쿼리도 인허가를 받았거나 운영 중인 퍼블릭(대중제) 골프장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수도권 일부 골프장을 대상으로 사업성 분석도 실시하고 있다. 미래에셋도 향후 레저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골프장 인수를 중장기 사업 방향 중 하나로 잡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이 추진 중인 충북 소재 골프장 인수 작업은 막바지에 도달했다. 한 시뮬레이션(스크린) 골프업체도 골프장 인수를 장기 사업의 하나로 정하고 시장 조사에 나섰으며 풍산 등 중견기업들도 골프장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당장이라도 가격 조건만 맞으면 매각 가능한 골프장이 30개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허가가 끝난 골프장이나 공사 중인 골프장까지 합치면 매물은 훨씬 늘어난다. 신규 회원권 시장이 얼어붙다시피한 데다 금융기관의 골프장 건설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사실상 중단돼 자금난을 겪는 업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 소유의 상떼힐CC(전주 및 충주)가 샹그릴라CC(전주)에 팔렸고,단양오스타도 연초 600억원에 대호스포츠에 넘어갔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 골프장 매물이 줄줄이 대기하는 'M&A 장'이 설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골프장 경영이 최악이어서 심각한 자금난을 안고 있는 골프장이 즐비하다"며 "하반기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골프장들의 '주인 찾기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