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플랜트 전문기업인 대봉아크로텍(대표 장봉식)이 원전 설비 산업에 본격 진출한다.

이 회사는 원자력 발전 기자재 생산기술과 관련해 세계 최고 권위기관인 미국기계기술협회(ASME)로부터 최근 원전사업에 필수적인 고기술 부품 인증인 'N 스템프'를 획득했다고 3일 밝혔다.

ASME로부터 인증받은 기술은 모두 5가지다. 이 가운데 원자력 발전 주기기 생산과 압력용기 등 보조기기 관련 부품소재 생산,주기기 · 보조기기 조립 등 3가지 기계관련 부문 인증을 받았다. 또 원전 내부를 바깥 공기와 완전히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철구조물인 격납용기,발전연료로 이용하고 남은 폐열을 저장 · 운반할 수 있는 저장용기 제작기술도 인증 대상에 포함됐다.

장봉식 대표는 "ASME 인증은 플랜트 산업 분야에서 25년간 축적해온 회사의 기술력과 품질이 글로벌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을 입증받은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원전 설비를 수주하는 데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8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발주하는 원자력 관련 기기를 수주 제작할 수 있는 KEPIC(대한전기협회)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적 원자력 설비 원천기술 업체인 미국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원자력 설비 공급 관련 인증도 따냈다. 국내외 원전 사업에 모두 진출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한 셈이다.

대봉아크로텍은 이를 기반으로 이미 울산 울주군 서생면에 건설 중인 신(新)고리 원전 3,4호기의 핵심 보조기기인 압력용기 12기를 수주,생산하고 있다. 직경이 3~4m에 이르는 압력용기는 액체나 기체 등 고압의 유체를 저장하거나 분리할 목적으로 설계 제작된 용기(VESSEL)로 원전 발전설비에는 없어선 안 될 핵심 보조기기로 손꼽힌다.

해외에서는 신흥 원전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미 200억원 규모의 원전 보조기기 입찰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이 회사는 이를 기반으로 탈기기(보일러에 공급되는 물에 섞인 이산화탄소,산소 등을 제거하는 장치)와 열교환기,폐열회수 보일러 시장 등 원전 보조설비 기기 수주를 위한 관련 인증 추가 획득에도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올해 매출도 지난해(647억원)의 2배에 이르는 1200억원으로 늘려 잡았다. 장 대표는 "원전의 터빈 발전기 등 주기기를 제외하면 보조기기는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와 거의 비슷한 구조물이기 때문에 올해 매출 목표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봉아크로텍은 주력 부문인 석유화학 정제 공정설비 분야에서는 이미 세계적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회사다. 미국,중동,유럽 등지에 다양한 석유화학 플랜트 설비를 수출하면서 지난해에는 2000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까다롭기로 이름난 JGC,히타치 등 일본 기업들도 대봉아크로텍 제품을 공급받고 있다. 동일한 크기에도 효율이 30% 이상 높은 기술력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석유화학 플랜트 산업은 길게는 5년,짧게는 3년 안에 글로벌 시장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전망이다. 올해부터 원전 사업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원전 담수화 설비,원전 핵융합 설비에 대한 연구개발에도 착수했다. 장 대표는 "올해는 5000만달러 수출탑에 도전하겠다"고 설명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