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자원 기업인 로열더치셸이 친환경 엔진제작을 위한 대우조선해양의 '에코 십(eco ship)' 프로젝트에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BP,CMA CGM 등 조선산업을 좌지우지하는 다른 글로벌 선사들도 가세했다.

이 프로젝트는 액화천연가스(LNG)를 고압으로 엔진에 직접 분사,연료 효율은 높이는 대신 이산화탄소,질소산화물 등 환경 유해 물질의 배출량을 30%가량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발 완료시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대우조선해양 실적 향상은 물론 향후 한국이 글로벌 조선산업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데도 적지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산업 '제2의 르네상스'

이영만 대우조선 기술본부장(부사장)은 3일 "셸을 비롯 노르웨이,독일,프랑스 등 500척 안팎의 배를 보유한 대형 선주들이 LNG 추진 선박 개발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은 이를 위해 2008년 초 전 세계 선박용 디젤엔진의 85%가량을 공급하고 있는 덴마크 만(MAN)사와 독점 개발 계약을 맺었다. 만이 엔진을 개발하고,대우조선은 LNG 저장 탱크와 고압 분사 시스템을 맡는 방식으로 내년 1월이면 완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이 부사장은 "VLCC(초대형 유조선) 등 대형 선박에 LNG 엔진을 적용하는 것은 세계 최초"라고 말했다.

셸 등 글로벌 선사가 개발 과정에 참여를 선언함으로써 대우조선의 '에코 십' 프로젝트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큰손들이 실제 구매에 나설 경우 연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용환 서울대 조선공학과 교수는 "향후 조선산업 판도를 바꿀 핵심 키는 친환경 선박"이라고 진단했다.

◆주목받는 LNG 연료 선박

글로벌 선사들이 LNG 추진선에 주목하는 이유는 현실 가능한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다. 현재 선박의 주 연료로 쓰이는 중유(HFO)는 1t을 태우면 2.3t의 탄소가 배출될 정도로 공해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국제해사협회가 선박도 자동차처럼 탄소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배경에서 조선업체들은 다양한 '에코 십'을 개발중이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미쓰이상선,산요전기와 공동으로 갑판에 태양전지를 설치한 자동차 운반선을 선보일 예정이다. 디젤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선박을 비롯 연료전지,원자력 추진선박 등도 대안으로 연구 개발 단계에 있다.

이 부사장은 "전기,연료전지,원자력 추진선박의 문제점은 새 엔진을 다는데만 기존 배값을 지불해야 할 정도로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LNG 엔진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3억달러짜리 VLCC 선박을 LNG 추진 시스템으로 교체하는데 드는 비용은 약 3000만달러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이 핀란드 엔진 회사와 LNG 추진 선박을 개발중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선주로선 LNG 가격이 하향 안정세에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작년 3월부터 1년 평균값을 기준으로 LNG 가격은 MMBTU(천연가스 부피 단위)당 4.08달러에 불과한 데 비해 선박용으로 쓰이는 폐유(HFO)값은 10.58달러에 달했다. t당 15유로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기원강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장(부사장)은 "미국이 셰일 가스(shale gas · 퇴적암층에 갇혀 있는 천연가스) 개발에 성공한 것이 LNG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됐다"며 "미국의 LNG 운반선 발주가 끊긴다는 것은 조선업체에 악재지만 남는 LNG가 선박 연료로 쓰일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또 다른 기회"라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