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이 그리스발 재정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1100억유로를 판돈으로 거는 과감한 베팅을 했다. "(블룸버그통신)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재정적자 위기에 빠진 그리스에 3년간 1100억유로를 지원키로 확정함에 따라 지원금이 구체적으로 언제,어떻게 집행될지가 남은 관심사다. 1999년 유로존 출범 이후 첫 회원국 구제금융 집행이 코앞에 닥치면서 그리스에 대한 시장의 불안이 종식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은 지난 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임시회의를 열고 연 5% 안팎의 금리로 총 800억유로를 지원키로 했다. 나머지 300억유로는 IMF가 지원한다. 유로그룹은 성명서에서 "그리스가 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유로존 전체의 금융 안정을 위해 그리스에 대출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신 그리스는 자금을 지원받는 전제조건으로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300억유로(2009년 GDP의 11%)가량 감축하는 긴축 조치를 이행키로 했다. 그리스 정부는 또 지난해 GDP의 13.6%에 달한 재정적자를 2010년 8.1%,2011년 7.6%,2012년 6.5%,2013년 4.9%,2014년 2.6%로 낮춰 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 국내에서 긴축안에 대한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아 이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동안 유로존이 마련했던 그리스 구제안이 "그리스를 내버려두지 않는다"는'립서비스'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번 유로존의 지원자금 집행은 신속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그리스가 오는 19일 85억유로의 10년물 국채 만기가 돌아오는 급박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1차분 집행이 그리스가 데드라인으로 밝힌 오는 19일 이전에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는 19일 85억유로를 비롯,5월 중으로 총 100억유로가량의 국채 만기가 돌아온다. 올해 총 390억유로의 국채가 만기를 맞는데 5월이'최대 고비'로 여겨져왔다.

한편 유로존이 그리스에 1차 지원분을 계획대로 집행하기 위해선 국가별 지원 관련 법안에 대한 의회 승인 절차와 유로존 정상들의 최종 서명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헤르만 판 롬파위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그리스 지원 문제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7일 유로존 16개국 정상을 브뤼셀로 초청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롬파위 상임의장이 "모든 지원 절차를 종결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듯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는 그리스 재정위기 문제를 다루는 '최종결론의 장'이 될 전망이다. 특히 유로존 지원의 열쇠를 쥐고 있는 독일의 의회 표결도 7일로 잡힌 만큼 그리스 위기는 이날을 기점으로 일단락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각국에서 그리스 자금 집행이 결정되면 올해 안으로 유로존에선 1차 지원분 300억유로가 그리스로 이체된다. 19일 이전에 85억유로만 먼저 지급될지,300억유로가 모두 지급될지는 아직 불분명한 상황이다. IMF 이사회는 그리스에 제공하는 300억유로를 이번 주 중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유로존과 IMF의 지원금은 그리스 정부의 부채 해소에 사용될 예정이어서 이번 지원 조치가 그리스 은행권 등 민간부문의 위험요소까지 동시에 희석시킬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그리스의 총 정부부채는 3000억유로 정도로 1100억유로 규모 외부 지원과 300억유로 규모 긴축이 실시되더라도 상당 수준의 추가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폴 톰슨 IMF 그리스담당 책임자는 "그리스 재정 지원과 그리스 정부의 긴축안은 (최종적인 만능 해결책이라기보다는) 시장의 신뢰를 되돌리기 위한 충격요법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