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행보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어떤 경로로 어디로 가서 누구를 만나고 언제 돌아갈 것인지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거의 보도를 안 하다가 김 위원장이 평양으로 돌아간 뒤 한꺼번에 기사를 쏟아내는 게 관례였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의 행보를 놓고 혼선이 빚어졌다. 3일 다롄에 도착한 사실이 알려진 시간에 갑자기 베이징시 남역에 출입통제령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오후 2시30분부터 4시까지 일반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며 역내 점포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단둥에서 베이징으로 곧장 오는 것 아니냐며 정보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특별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고,중국 내부의 필요 때문에 통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다롄에서 묵은 김 위원장은 적어도 8일 이전에는 중국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9일부터 러시아를 공식 방문하기 때문에 8일에는 출국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김 위원장이 언제쯤 후 주석을 만날지는 확실치 않지만 5일 오후나 6일 오전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을 한 달간 순회공연할 예정인 북한 피바다가극단의 첫 무대가 6일 베이징TV극장에서 열리는데,이날 일반인의 관람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바다가극단이 김 위원장의 지시로 중국의 고대 소설인 홍루몽을 개작해 공연하는 것인 만큼 김 위원장이 중국의 지도자들과 함께 관람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단체 관람 전에 후 주석,원자바오 총리와 회담이나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만남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지지통신은 5일 김 위원장이 귀국할 것이라고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전격적인 방문에 대해 일각에선 병세가 심각해 신병 치료차 급히 방문하는 것이라는 설이 돌기도 했다. 그는 정기적으로 신장 투석을 받고 있으며 뇌졸중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위원장이 다롄의 방추이다오 방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소문이 힘을 얻기도 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한쪽 다리를 절며 걷는 장면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께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지난해 말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숨바꼭질'을 거듭한 끝에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그의 방중설은 지난해 10월28일 후 주석이 중국을 방문 중이던 최태복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에게 '편리한 시기'에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요청한 사실이 다음 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보도되면서 비롯됐다.

'연말연초' 방중설은 새해를 맞으면서 '올해 초' 방중설로 다시 불거졌고 이후 몇 차례 방중설이 나돌았으나 그때마다 불발로 끝났다. 지난 4월 초에도 방중설이 제기됐으나 역시 설에 그쳤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