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씨 "유학시절 흑백 멜로영화의 감동을 두드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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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새 앨범 내고 29일 예술의전당서 공연
피아니스트 백건우씨(64)는 미국 줄리아드음악원 유학 시절 흑백 멜로영화 'L자형 방'을 보고 바로 피아노 앞에 앉았다. 영화 속에 삽입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이 너무 아름다워 당장 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백씨는 영화 마니아다. 부인인 영화배우 윤정희씨(66)를 만나기 전에도 영화를 즐겨봤다. 특히 유학 시절 객지에서 영화로 외로움을 달랬다.
3일 새 앨범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이번 음반에 담긴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제가 갑자기 발견한 작품이 아니라 오랜 음악 생활을 하면서 사랑했던 곡"이라며 "학창 시절 봤던 영화 'L자형 방'에서 너무나 인상 깊게 들은 곡이어서 아직도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백씨는 "또 다른 수록곡인 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 2악장에 의한 변주곡'도 루이 말 감독의 영화 '연인'에서 들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은 브람스가 7년 동안 작곡해 26세에 초연한 곡이다. 백씨는 "당시 브람스의 나이는 20대였지만 매우 성숙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라며 "브람스가 태어났을 때 어머니는 44세였고 그의 후원자였던 피아니스트 클라라와는 열네 살 차이가 났으며 그를 인정해준 작곡가 슈만의 자살 시도 등 젊은 나이에 흔치 않은 경험을 해서 쓸 수 있었던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음반은 브람스의 협주곡 한 작품과 두 곡의 변주곡('자작 주제에 의한 변주곡' 등)을 담았다. 브람스의 협주곡 1,2번이 워낙 웅장해서 듣는 사람이 한번에 소화하기 힘들다는 것이 백씨의 설명이다. 브람스의 변주곡이 아름답지만 생각보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것도 그가 녹음을 욕심낸 이유다.
녹음 작업은 엘리아후 인발이 지휘봉을 잡은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했다. 지휘자 인발과는 20년지기다.
백씨는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으로 국내 공연도 갖는다. 지휘자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부인 윤정희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간담회 시작 전에 남편 옆에 앉아 있던 윤씨는 간담회가 시작되자 구석 자리로 이동해 남편을 지켜봤다. 백씨가 과거 연주회에 대한 질문에 머뭇거릴 때마다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등 '내조'를 톡톡히 했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윤씨는 남편 인터뷰에 항상 동석해 매니저 역을 자처하기로 유명하다.
34년째 곁에서 남편과 음악 여정을 함께해온 윤씨는 최근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서 열연했다. 백씨는 "영화를 찍는 아내를 옆에서 지켜보며 굉장히 자랑스러웠다"며 "특히 영화에서 이창동 감독이 정확하게 인간 윤정희를 꿰뚫어 봐서 놀랐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