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이목이 PCA AIA ING생명 등 외국계 생명보험 3사에 쏠려 있다. 이들 3사의 향배가 앞으로 국내 생보업계 시장 판도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초 영국 프루덴셜생명(PCA)이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의 아시아부문 자회사인 AIA를 35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한 뒤 한국 PCA생명과 AIA생명의 합병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PCA생명이 한국 AIA생명을 지점 형태로 유지할지,아니면 한국 PCA생명과 합병할지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지만 결국 합병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영국 PCA의 토니윌키 아시아부문 보험 최고경영자가 금융당국을 방문해 AIA생명 인수 계획을 설명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져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보험업계서도 두 회사를 각각 운영하는 것보다 합치는 게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AIA생명은 방카슈랑스 텔레마케팅(TM) 등 신판매 채널에 주력하고 있고 PCA생명은 설계사 법인대리점 등 모집인 채널에서 장점을 갖고 있어 두 회사가 합병하더라도 중복투자에 따른 손실이 적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재 국내에서 PCA생명과 AIA생명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1.4%와 3.0%대로 합병할 경우 자산 규모가 10조9281억원에 달해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외국계 생보사들 중 ING생명(자산 17조1742억원)에 이어 2위(수입 보험료 기준)로 뛰어오르게 된다. 전체 생보사 가운데서도 6위 수준까지 올라가 중위권 순위 다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ING생명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한국 ING는 매각이냐 상장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지만 업계에서는 매각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네덜란드 ING그룹이 은행과 보험을 분리한 뒤 보험 부문을 2013년까지 매각하기로 한 때문이다.

한국 ING가 매물로 나올 경우 외형 확대를 노린 중위권 생보사들이 인수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한국 ING의 자산 규모가 커 인수와 동시에 단숨에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미래에셋 동양 흥국 KB생명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업체가 ING를 인수하면 자산 규모에서 삼성 대한 교보생명에 이어 생보업계 4위로 도약할 수 있고 나아가 철옹성으로 여겨졌던 '빅3'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들 외국계 생보 3사의 거취에 따라 국내 생보업계의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며 "특히 중위권 생보사 판도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