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의 가전업체들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일본 시장을 본격 공략할 태세여서 일본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중국의 최대 가전회사인 하이얼(海爾)은 이달 말부터 용량 9㎏인 전자동세탁기를 일본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가격은 일본 기업 제품보다 1만엔(약 12만원) 정도 싼 6만엔대로 정했다. 올 가을에는 일본 수출용으로 디자인한 중형 냉장고를 일본의 비슷한 제품보다 10~20% 싼 가격으로 내놓을 방침이다.

하이얼은 이들 제품을 대형 가전양판점에서 팔고，제품 보증기간은 일본 제품과 마찬가지로 1년으로 설정할 예정이다. 하이얼은 일본 시장 진출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프로야구단 세이부 라이온스의 스폰서가 되는 등 올해 광고 · 선전비를 작년보다 30% 늘렸다.

지난해 세계 매출이 1조7100억엔(약 20조5000억원)에 달한 하이얼은 올해 대일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30% 증가한 100억엔으로 잡았다. 2013년까지는 200억엔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의 LG전자도 내년 판매 개시를 목표로 일본 시장 전용 세탁기 개발에 이미 착수했다. 이 세탁기를 팔 가전양판점을 기존 3개사에서 더 늘리려고 교섭 중이다. 대만 HTC사는 기존 NTT도코모에 이어 4월 말부터 소프트뱅크를 통해서도 고성능 휴대폰을 팔기 시작했다.

가격 경쟁력을 갖춘 한국과 중국 대만의 가전기업은 품질 면에서도 일본 제품에 근접해 있다. 때문에 심각한 내수 침체로 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이들 아시아 가전 제품이 일본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중국 가전업체의 저가 공세는 일본 가전업계의 재편을 촉진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