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은 "2분기 경제성장률이 나오기 전까지는 현재의 완화적인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3일 말했다. 2분기 성장률은 7월 말께 나오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점을 8월 이후에 검토해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예상보다 강한 경기회복으로 금리를 조만간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류에 반대한 것이지만 주요 20개국(G20)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오는 11월 이후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 있다는 당초 방침에 비해서는 시기가 앞당겨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윤 장관은 이날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아시아개발은행(ADB)총회 기조연설을 하기 전에 기자간담회를 갖고 "2분기 중 3분의 1을 차지하는 4월이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에 향후 정책기조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분기는 봐야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4월은 냉해와 일교차 확대 등으로 농산물 작황이 매우 어려웠고 (천안함과 같은) 일부 변수가 소비 쪽에 한달 내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윤 장관은 "작년 1분기 실적이 굉장히 낮아 올해 1분기에 기저효과를 많이 봤지만 2분기부터는 경제지표들이 1분기처럼 나올 수 없다"며 "올해 경기흐름이 상고하저(上高下低)가 될 것이라는 데 대부분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국의 출구전략에 대해 "그동안 위기 탈출에 많은 노력이 모아졌다면 이제는 위기 이후 각 나라의 장래와 세계 경제 질서가 어떻게 펼쳐질지를 걱정하고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아시아는 물론 세계 경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어 하반기 들어가면 출구전략을 시행하는 나라가 지금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많다"고 진단했다.

윤 장관은 "나라마다 형편이 달라서 호주 같은 경우 인플레이션을 우려하게 되면서 몇 차례 금리를 올렸고 인도도 한 차례 올렸지만 국제공조를 이탈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역사와 문화가 다른 나라들이 일정 범위 내에서 인식을 같이하면 국제공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책금리(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논란에 대해 "금리 인상에 대한 논란을 겪어야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과가 수렴된다"며 "금융통화위원회가 잘 고려해서 할 것이므로 존중해야 하지만 정부도 입장을 얘기해 하나의 요소로 고려해 달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현재 가계부채가 700조원이 넘는데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면 가계의 추가 금융비용이 늘어나 가처분소득과 소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가계와 중소기업이 금리 인상을 견뎌낼 만큼 상황이 호전되는지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은행세 도입 논의와 관련,"은행세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으며 뱅크 레비(Bank Levy · 은행의 추가 부담금)가 정확하다"며 "6월 G20(주요 20개국) 회의 때 국제통화기금(IMF) 등 관계기관의 대안을 갖고 논의한 뒤 11월 서울 G20 정상회담에서 상당한 결론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은행이 일으킨 문제에 대한 대가는 은행 스스로 부담토록 한다는 점 △금융이 위축되거나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정도로 은행에 지나친 부담을 주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 △공정경쟁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 등 3가지 기본철학에는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주세와 담뱃세 증세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의 담뱃값이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굉장히 싸 서민 애용품으로 인식돼 있기 때문에 상당한 전의를 각오하지 않으면 (증세가)간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