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의 대세론이 3일 나경원 원희룡 의원의 후보단일화 바람을 잠재웠다. 생각보다 싱거운 게임이었다. 오 시장은 선거승패의 키를 쥐고 있는 당협위원장 확보에서 나 의원을 압도했다. 오 시장 측은 작년 말부터 서울 당협위원장 48명 중 30여명과 함께 긴밀한 공조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들의 조직표가 오 시장 압승의 원동력이었다.

후보 단일화 효과를 누리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도 오 시장의 독주를 막지 못한 하나의 이유였다. 오히려 단일화 과정에서 나 · 원 의원의 표 일부가 이탈해 오 시장에게 간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6 · 2 지방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한나라당 오 시장과 민주당 한명숙 전 총리 간 맞대결 구도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6일로 예정된 민주당 경선에선 한 전 총리가 후보로 선출될 것이 유력하다.

현재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오 시장이 한 전 총리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좁혀진 사례도 있어 치열한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오는 23일로 예정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1주기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고비가 될 전망이다. '노풍'(盧風)이 확산될 경우 선거가 현 정권과 전 정권을 대표하는 두 후보를 통해 대리전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부패세력이 한나라당을 포위하고 있다. 무능한 부패세력의 발호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저 오세훈이 서울과 한나라당을 지키고 정권 재창출의 초석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친노세력으로 분류되는 한 전 총리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오 시장 측은 이번 선거를 '깨끗함'과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로 정면돌파한다는 방침이다. 한 전 총리가 무죄를 받긴 했지만 뇌물수수 의혹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한 전 총리를 경제 살리기와 국정의 발목을 잡는 '구시대 인물'로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공약도 진보진영의 결집을 통해 지지율 상승을 노리고 있는 한 전 총리와의 차별화를 위해 서민공약을 적극 제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저는 본선에서 승리하는 순간 곧바로 서울시장 자리로 올라가 서울시를 반석 위에 올려놓는 일에 착수하겠다"며 "깨끗한 정치의 힘으로 청정한 서울을 반드시 만들겠다.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비 걱정 없는 서울을 만들겠다. 보육 만족도 최상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핵심 공약으로 밝힌 '3무(사교육 · 학교폭력 · 학습준비물) 학교', 일자리 100만개 창출 등의 공약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구동회 기자 kugi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