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후계자인 3남 김정은(28)이 동행했는지가 관심이다. 일본 언론들은 김정은이 이번 김 위원장 방중에 동행하지 않았다고 보도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다. 베이징의 북한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동행했다면 국제무대 데뷔를 통해 후계체제를 공식화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그가 이번에 중국 땅을 밟지 않았다면 그것은 김일성 전 주석이 김정일을 동행하지 않고 중국을 방문, 김정일을 후계자로 통보했던 권력이양과정을 되풀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김정은의 수행 여부에 대해 관측이 엇갈린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공개되지는 않겠지만 정은을 대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중국 지도부에 차기 후계자를 선보여 지지를 획득하는 동시에 아들에게 대외관계와 외교를 연습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중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은이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을 수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최근 불안한 북한 내부 정세를 고려할 때 최고 실권자와 후계자가 동시에 '안방'을 비우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정은을 대동하면 북한과 중국 모두 부담을 가질 수 있다"며 "방중 이슈가 김정은 위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정은을 북한에 남겨 김 위원장이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역할을 잘하는지 테스트하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중국으로부터 김 전 주석의 후계자로 인정받았을 때도 부자가 동반 방중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된다. 대를 잇는 후계 문제를 중국에 알리는 것 자체가 중국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김 위원장은 1983년 북한 노동당 비서 자격으로 처음 방중,중국으로부터 김 전 주석의 후계자로 인정받았다. 김 전 주석은 김 위원장의 방중 한 해 전인 1982년 중국을 찾아 김정일이 후계자로 내정됐다는 것을 통보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장성호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