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로 사실적인 묘사…'실제운전 기분'
3D 입체영상 지원…정식출시 연말에나

옆구리를 꽉 조여 주는 버킷시트에 앉아 운전대를 잡았다. 출발 신호에 맞춰 힘껏 가속페달을 밟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최신형 스포츠카 ‘뉴 CLS 슈팅브레이크’는 306마력의 힘으로 폭풍과도 같이 뉘르브르크링 서킷을 질주한다.

서서히 번져가는 풍광(風光)의 잔상에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속도는 어느덧 시속 200km를 넘긴다. 손바닥이 조금씩 젖어온다. 다음은 급격한 코너링 코스. ‘아차’ 하는 순간, 가드레일이 눈앞으로 다가온다. ‘쾅!’ 굉음을 내며 차는 360도로 회전한다.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건 게임이니까.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 코리아(이하 SCEK)는 지난달 30일 개막한 부산 국제 모터쇼를 통해 소니(SONY)사의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PS3)’에서 구동하는 레이싱게임, ‘그란투리스모5’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였다. 관람객들이 직접 게임을 해 볼 수 있도록 마련한 시연장소에서 한참동안 줄을 서서 기다린 후에야 출시도 안 된 ‘따끈한’ 신작을 맛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다.

그란투리스모 시리즈는 일본 레이싱 시뮬레이션 개발 회사인 폴리포니 디지털이 개발했다. 1997년 첫 작품이 출시된 후 시리즈의 전세계 누계 판매량이 5000만장을 넘어선 대작이다.

이 게임은 실제 주행을 방불케 하는 사실감이 백미다. 레이스를 끝낸 후 자신의 주행모습을 촬영한 장면을 바라보면 마치 모터스포츠 중계를 시청하는 기분이 든다. PS3으로 플랫폼을 옮긴 신작은 기기의 그래픽 성능을 한계치까지 활용했다는 인상을 준다.

‘그란투리스모 시리즈’의 난이도는 매우 높다. 수동차를 몰다가 실수로 시동을 꺼뜨릴 수 있을 만큼 극단적으로 '리얼리티'를 강조했다. 한 때 일본에서는 이 게임을 이용한 운전 교습소가 있다는 설이 나돌 정도였다. 신작인 5시리즈는 더욱 어려워졌다. 고속 주행 중 운전대를 조금만 과하게 비틀어도 난간과의 충돌을 면할 수 없다. 이 시리즈의 마니아들에게는 이마저도 즐거운 도전이다.

도전할 가치는 충분하다. 전작에 비해 부쩍 늘어난 차량의 대수를 보면 ‘이 차들을 언제 다 몰아보나’ 하는 고민에 빠진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모델은 벤츠, BMW의 컨셉트카부터 일본 스즈키의 경차까지 모두 1000종이 넘는다. SCEK 관계자는 “사실상 전 세계에 출시된 대부분의 차가 나온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불과 수 회의 트랙 주행을 마쳤을 뿐이지만, 제작사가 “영혼을 걸고 만들었다”고 자신하는 신작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3D(3차원) 입체 안경을 끼면 전율감은 더욱 커진다. 이 게임의 출시 시기는 올 여름으로 점쳐졌으나 ‘더욱 완전을 기하고 싶다’는 제작사의 결정으로 연말로 미뤄진 상태다.

부산=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