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영장류학자와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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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일본 교토대의 영장류 연구소장으로 있는 마쓰자와 데스로라는 학자는 "침팬지를 보면 저출산 문제의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했다.
그는 "침팬지는 인간과 DNA가 98.8% 같고 한 번에 한 마리를 낳고 새끼가 5세 때까지 암컷 혼자 키우지만,인간은 2~3년 터울로 낳고 훨씬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르기 때문에 어머니 혼자 키우기가 힘들어서 생식력이 없어진 후에도 오래 사는 할머니처럼 부모,조부모가 아이 여럿을 공동 양육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체제 변화가 오면서 저출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왜 아이를 예전보다 적게 낳느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공과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경제학적 접근은 소득과 비용을 주원인으로 본다. 자녀의 수는 부모의 소득,학력,거주지역,나이,종교,인종 등의 함수관계로 설명한다. 인간을 어떻게 재화에 비유할 수 있느냐는 비난은 잠시 접어두고,경제학적 가정은 예전의 자녀는 생산재였으나 요즘 자녀는 소비재라는 것이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그만큼 비용,특히 교육비용이 많이 들어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변화에 따른 만혼이나 결혼 기피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나 또한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기여하고 있어 그리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나의 20대 꿈은 원없이 공부하는 것이었기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교수가 됐고,아주 한참이나 지난 후에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아이를 갖기까지 또 오랫동안 꽤나 힘든 시절을 겪은 후 "이 병원에서 아줌마가 가장 나이 많은 산모일 걸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또 아이를 키우면서는 가끔 "아이 할머니세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런 저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친정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이다. 시골에 사시는 친정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몇 년을 키워 주셨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보러 매주 고향에 내려갔고 그때마다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은 이루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어느 가을날 난 내가 사가지고 간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께 "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느냐"고 약간은 못마땅하게 여쭈어보니 "이 가을날 할 일이 많다. 아이랑 익어가는 누런 곡식도 봐야 하고,학교 앞마당에서 하는 국화전에도 다녀와야 하고,단풍 구경도 하고 산신제하는 절에도 다녀와야 한다. 그리고 책은 긴긴 동짓달 밤 시간 날 때 읽어주면 된다"고 하신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온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본 영장류 학자는 자녀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할머니의 도움이 필요한 공동 양육에서 해결점을 찾으려 하고,나 또한 자녀를 잘 키우는 해답을 할머니로부터 구하고 있다. 5월을 맞아 할머니의 존재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mooncs@sm.ac.kr
그는 "침팬지는 인간과 DNA가 98.8% 같고 한 번에 한 마리를 낳고 새끼가 5세 때까지 암컷 혼자 키우지만,인간은 2~3년 터울로 낳고 훨씬 더 나이가 들 때까지 기르기 때문에 어머니 혼자 키우기가 힘들어서 생식력이 없어진 후에도 오래 사는 할머니처럼 부모,조부모가 아이 여럿을 공동 양육하는 협력체제를 구축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체제 변화가 오면서 저출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이다.
왜 아이를 예전보다 적게 낳느냐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공과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경제학적 접근은 소득과 비용을 주원인으로 본다. 자녀의 수는 부모의 소득,학력,거주지역,나이,종교,인종 등의 함수관계로 설명한다. 인간을 어떻게 재화에 비유할 수 있느냐는 비난은 잠시 접어두고,경제학적 가정은 예전의 자녀는 생산재였으나 요즘 자녀는 소비재라는 것이다. 자녀 수가 많을수록 그만큼 비용,특히 교육비용이 많이 들어 자식을 많이 낳아 키우기가 힘들다는 이야기다. 여성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변화에 따른 만혼이나 결혼 기피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나 또한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에 기여하고 있어 그리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다. 나의 20대 꿈은 원없이 공부하는 것이었기에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교수가 됐고,아주 한참이나 지난 후에 결혼을 했다. 결혼 후 아이를 갖기까지 또 오랫동안 꽤나 힘든 시절을 겪은 후 "이 병원에서 아줌마가 가장 나이 많은 산모일 걸요"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또 아이를 키우면서는 가끔 "아이 할머니세요"라는 말을 들으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런 저런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친정 어머니가 계시다는 것이다. 시골에 사시는 친정 어머니께서는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 몇 년을 키워 주셨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보러 매주 고향에 내려갔고 그때마다 어머니에게 감사한 마음은 이루 표현하기가 어려웠다. 어느 가을날 난 내가 사가지고 간 책들이 수북이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께 "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지 않느냐"고 약간은 못마땅하게 여쭈어보니 "이 가을날 할 일이 많다. 아이랑 익어가는 누런 곡식도 봐야 하고,학교 앞마당에서 하는 국화전에도 다녀와야 하고,단풍 구경도 하고 산신제하는 절에도 다녀와야 한다. 그리고 책은 긴긴 동짓달 밤 시간 날 때 읽어주면 된다"고 하신다.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온 나라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일본 영장류 학자는 자녀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할머니의 도움이 필요한 공동 양육에서 해결점을 찾으려 하고,나 또한 자녀를 잘 키우는 해답을 할머니로부터 구하고 있다. 5월을 맞아 할머니의 존재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문정숙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mooncs@s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