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 땐 귀신도 어쩌지 못한다던가. 일이 잘 풀리면 밤낮 없이 뛰어도 피곤하거나 아픈 줄 모른다. 면역력이 남달리 뛰어나다는 뜻일 것이다. 신체의 면역 기능이 탁월하면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서도 병에 덜 걸릴 뿐만 아니라 걸려도 비교적 쉽게 낫는다고 하는 까닭이다.

문제는 면역력을 높이는 방법이다. 미국 켄터키대학 수잔 세제스트론 박사는 2001~2005년 법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태도와 면역력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긍정적일수록 면역력이 좋더라고 보고했다. 일본에선 체온을 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지니 몸을 따뜻하게 하라는 제언도 나왔다(이시하라 유미 박사).

잠을 잘 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실험 결과 잠을 제대로 못잔 쥐는 면역력이 떨어져 패혈증으로 죽더라는 것이다. 그러니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들이고 특히 세포 재생 및 면역 기능을 돕는 멜라토닌이 집중 분비되는 밤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는 되도록 숙면을 취하라는 조언이다.

소식(小食)도 강조된다. 미국 터프츠대학 인간 영양 · 노화연구소의 시민 메이다니 박사가 반년간 20~40세 과체중 남녀의 칼로리를 10~30% 줄였더니 면역력이 30~50% 강화됐다는 것이다. 칼로리를 25% 줄인 다이어트를 2년간 더해 1차 실험에서 드러난 면역력 강화가 질병 저항력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겠다니 지켜볼 일이다.

최근엔 병든 사람을 보기만 해도 면역력이 올라간다는 연구결과가 더해졌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 마크 섈러 박사가 실험참가자들에게 아픈 사람의 모습 과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을 담은 슬라이드를 보여준 다음 측정했더니 병든 모습이 면역력을 더 높였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긍정적 · 낙관적 태도를 지니고,스트레스 받지 말고,몸을 차게 만들지 말고,가능하면 한밤중에 푹 자고,영양소는 고루 섭취하되 절대 식사량은 줄이고,가끔 건강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는 게 면역 기능 활성화에 좋다는 얘기다.

남의 아픔을 보면서 긴장하고 면역력을 높이게 되는 건 조직도 다르지 않다. 도요타 사태가 우리 기업들로 하여금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만든 게 그것이다. 면역력은 그러나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어떤 위험에도 대처할 수 있을 만큼 강한 면역력을 지니자면 개인과 조직 모두 끊임없는 노력과 점검으로 기초체력을 튼튼히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