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보유한 채권 잔액이 65조원을 돌파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국인의 국내 상장채권 보유잔액은 65조4545억원으로 한 달 전에 비해 3조6400억원 증가했다. 작년 말 56조4864억원에 불과했던 외국인 보유채권 잔액은 매달 꾸준히 늘어 올 들어서만 9조원가량 불어났다. 외국인 보유채권 규모가 65조원을 넘은 것은 외국인의 채권투자가 본격화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외국인의 순매수 금액은 올 최대치인 7조51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로써 올해 외국인이 사들인 채권 규모는 24조9605억원으로 작년(53조5871억원)의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태국 등 금리가 낮은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수요도 점차 살아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창섭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와 원 · 달러환율 하락이 지난달 외국인의 채권 매수를 한층 부채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무디스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으로 3년 만기 국고채 등 단기물 위주였던 외국인 매수세가 만기 5~10년짜리 장기물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신동준 동부증권 채권팀장은 "외국인은 과거에도 환율 하락 국면에서 1000~1050원 선까지 지속적으로 채권을 매수했다"며 "당분간 외국인의 채권 매수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선진국들의 신용 불안으로 한국 국채의 매력도 한층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신용등급이 'A-'인 국가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뉴질랜드가 연 5.93%로 가장 높다. 한국의 경우 연 4.86%로 호주(5.78%)와 폴란드(5.62%) 포르투갈(5.14%)에 이어 5위를 나타내고 있다. 6위인 말레이시아(연 4.06%)와는 수익률 격차가 큰 데다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지금보다 금리가 좀 더 떨어져도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