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 방문을 시작했지만 북핵 문제 등에서 돌파구 마련은 힘들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인 상하이사회과학원의 류밍 아시아태평양연구소 부소장 겸 한반도연구센터 주임(52 · 사진)은 4일 "김 위원장 방중은 중국의 요청으로 이뤄졌을 것"이라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와 양국 간 경제협력 관계 등이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류 주임은 김 위원장이 6자회담 복귀에 동의해도 상징성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왜 지금 방중했다고 보나.

"지난해 원자바오 총리가 방북했지만 2006년 김 위원장 방중 이후 후진타오 주석과 김 위원장 간엔 교류가 없었다. 중국은 북한과 △한반도 비핵화문제 △6자회담 △경제협력 관계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작년 말~올초 단둥 등 변경지역의 개방 선포 같은 문제도 있다. "

▼김 위원장의 첫 행선지가 왜 다롄인가.

"김 위원장은 과거에도 상하이와 광둥성 등 연해 지역을 시찰했다. 경제시찰 목적일 것이다. 다롄은 외자유치도 잘하고 항구도 발달돼 있다. 북한 내 일이 그렇게 많은데 김 위원장이 지금 요양할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가 있겠는가. "

▼북한이 6자회담 복귀할까

"개인적으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비교적 비관적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할 준비가 안 돼 있다. 북한 군부가 핵무기 포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이 중국의 요구에 답을 할 수는 있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를 선언해도 상징성만 있을 뿐이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작년 10월 방북했을 때도 김 위원장은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고 했지만 해를 넘겼다. 김 위원장의 말은 매우 믿을 수 없다. 이번 김정일 방중이 커다란 성과를 내거나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다. "

▼김 위원장 방중 이후 중국의 지원카드는.

"원 총리의 작년 방북 이후 중국은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원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북한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지 않으면서 경제원조를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인프라 지원이 그것이다. 우선 식량 원조가 될 것이다. 원유는 군사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평양에 주택을 짓고,압록강 대교를 세우고,도로를 닦는 등 사회 인프라 제공이 이뤄질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말과 올초 설립한 대풍투자그룹과 국가개발은행에 중국이 자본금 투자를 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

▼중국이 북한에 도움 주는 이유는.

"2008년 이후 중단된 6자회담에 북한이 복귀하지 않고 핵무기를 계속 개발하는 것은 6자회담 주최국인 중국에도 불리하다. 특히 창지투계획(창춘 옌지 두만강을 잇는 중국 경제 개발 프로젝트)이 중앙정부 비준을 받아서 낙후된 동북 지역,특히 지린성 경제를 살리는 데 힘을 얻게 됐다. 창지투계획 성공의 관건은 북한의 개방이다. 북한의 라진항 개발이 이뤄지면 지린성 제품을 상하이 등 남부로 직접 보낼 수 있다. 지린성과 국경을 접한 북한이 개방하지 않으면 창지투 계획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

▼북한이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한다.

"북한은 정상적인 경제라고 할 만큼 경제가 발전하지 않았다. 북한은 '경제'가 아닌 '생활필수품 공급'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특수환경의 특수현상이다. "

▼중국 기업이 왜 대북투자에 소극적인가.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에서 중국 기업들에 대북투자 리스크에 대해 경고한 적이 있다. 금강산에서 한국자산을 동결한 문제도 국제적인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례다. 중국 기업이 참여한 무산철광석 광산 개발도 중단됐다. "

▼천안함 사건으로 북핵이 꼬이고 있다.

"식량원조 같은 경제원조 중단은 많은 사람을 굶어죽게 하고 탈북자들을 중국으로 몰리게 할 것이기 때문에 쉬운 게 아니다. 한국 정부는 증거가 나올 경우 이를 근거로 유엔 안보리에 제출하면 중국도 토론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유엔 대북제재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어떤 제재가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

상하이=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