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마감된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무려 20조원 가까운 사상최대의 투자자금이 몰렸다. 공모가격이 11만원으로 액면가(500원)의 220배이고, 일반투자자 배정 물량이 888만주나 되는데도 경쟁률이 40 대 1을 웃돌았으니 엄청난 투자열기가 아닐 수 없다.

삼성생명이 초우량 기업인 것은 틀림없지만,이처럼 기록적인 대규모 자금이 쏠린 것은 시중에 여유자금이 그만큼 풍부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결과다. 1인당 최대 10만주인 청약한도를 꽉 채워 신청하려고 55억원(청약증거금률 50%)이라는 거액을 단번에 증권사 창구에 납입(納入)한 개인투자자들도 꽤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떠도는 단기 부동자금은 610조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대표적인 단기자금으로 꼽히는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각각 83조원과 42조원 수준으로 올 들어 15조원 이상 늘었다. 은행 예금과 채권금리가 연 3%대로 떨어지고,부동산시장마저 시들해지면서 여유자금의 단기 부동화가 고착되고 있다는 얘기다.

자금이 실물경제로 돌지 않고 금융시장에 쌓이면 큰 화근이 되기 십상이다. 자금시장 동향에 대한 보다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막대한 부동자금이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에서 과잉 유동성에 의한 자산가격 거품이 발생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던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