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2009회계연도(2009년 4월~2010년 3월)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초부터 주가 반등으로 주식거래 수수료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데다 증권사의 자체 주식투자 수익도 증가했다.

갈 곳 없는 시중 자금이 채권과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에 몰리며 증권사들의 금융수지(이자수입-지급이자)도 짭짤했다.

◆국내 증권사 순익 두배 증가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42개 증권사의 2009회계연도 당기순이익은 2조5440억원으로 전년(1조3157억원)에 비해 93.4% 증가했다. 반면 국내 진출 외국계 증권사의 순이익은 2724억원(38.7%) 감소한 432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빠른 증시 회복세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외국인보다 국내 투자자들이 활발한 주식매매를 한 데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주식매매 수수료 수입이 전년 대비 1조2529억원 증가해 수익률 제고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증권사가 자체 자금으로 주식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나타내는 자기매매수지도 크게 증가했다. 2008회계연도에 3277억원에 그쳤던 것이 2009회계연도엔 740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이후에는 금리 하락에 힘입어 채권 관련 수지도 6737억원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전체 증권회사의 자산 총계도 148조8000억원에서 177조2000억원으로 19.1% 늘어났다.

◆대우 선두 탈환 · 하나대투 약진

전체 62개 증권사 중 87%인 54개사가 흑자를 냈다. 대우증권이 전년 순이익 3위에서 1위로 뛰어올랐다. 대우증권은 금융위기로 2008회계연도 1805억원까지 감소했던 순익이 2009회계연도엔 3159억원까지 늘었다. 하나대투증권이 2518억원,삼성증권이 2503억원,한국투자증권이 2319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국내 대형 증권사 중에서도 순익이 뒷걸음친 곳이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순이익이 8억원 줄어 1810억원에 머물고 대신증권이 118억원 감소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영업이익은 72.8% 증가했지만 자회사 손실이 반영돼 순이익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B투자증권은 428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알비에스아시아(-120억원),BNP파리바(-59억원) 등 외국계 증권사들은 대부분 적자를 나타냈다.

하지만 증시 상승을 틈타 증권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면서 재무건전성은 다소 떨어졌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평균 영업용순자본비율(NCR · 영업용 순자본을 총 위험액으로 나눈 것)은 576.3%로 전년 말 629.3%에 비해 53.0%포인트 하락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기 여파로 리스크 부담이 없는 단순 중개업에 집중하던 증권사들이 지난해부터 영업을 확대한 결과"라며 "하지만 시정조치 대상인 NCR 150% 미만의 증권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