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차가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이 '쌍끌이 매수'에 나섬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차는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코스피지수 상승을 이끌던 정보기술(IT)주가 최근 주춤하는 사이 현대차와 기아차가 강한 상승 탄력을 받으며 치고 나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지난 4월 자동차 판매가 호조를 보임에 따라 2분기(4~6월)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점차 고조되고 있어 당분간 자동차주가 시장 주도주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 기아차 사상 최고가 경신

코스피지수는 4일 2.46포인트(0.14%) 하락한 1718.75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96억원,기관투자가가 2026억원 각각 순매도한 영향이 컸다. LG전자(-3.35%) 하이닉스(-1.99%) 등 IT주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약세를 면치 못했지만 현대차와 기아차는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

현대차는 2.60% 오른 13만8000원에 마감,지난달 30일 세웠던 사상 최고가(13만7000원)를 경신했다. 기아차도 4.14% 뛴 2만8950원에 거래를 마쳐 2006년 1월3일의 종전 최고가(2만8150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4월 하순께부터 자동차주를 사들이기 시작한 기관들은 이날도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외국인은 지난달 하순부터 자동차주를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었으나 이날은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의 창구를 통해 현대차와 기아차를 황급히 쓸어담았다.

두 회사의 이 같은 강세는 전날 발표한 4월 판매실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하락했지만 미국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선전,월간 글로벌 판매 대수가 31만대로 3월 기록했던 사상 최대치(32만대)에 근접하는 실적을 올렸다. 현대차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미국시장 점유율이 4.5%로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기아차는 월간 글로벌시장 판매 대수가 17만5000대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출시한 쏘렌토R K7 스포티지R 등 신차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잇달아 대박을 터뜨린 결과다.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가 급등세를 보이자 자동차 부품주들도 덩달아 가파른 오름세를 탔다. 성우하이텍(7.79%)과 한라공조(7.28%)가 7%대의 급등세를 보였고 세종공업(5.64%) 한일이화(3.63%) 등도 큰 폭으로 뛰었다.

◆2분기 실적 기대감 고조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 들어 주가가 각각 14.04%,44.38% 뛰었다. 코스피지수 상승률(2.14%)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언급될 법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제히 자동차주에 대해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적 모멘텀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박영호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2분기까지는 글로벌 자동차 업황이 계절적인 성수기인 데다 이머징 마켓의 수요도 견조할 것으로 예상돼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실적은 절정의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화진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시장에서 도요타가 강력한 인센티브를 내걸며 마케팅을 강화했음에도 현대차 점유율이 상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브랜드 가치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라며 "현대차는 이제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수시장 점유율도 하반기에 그랜저 아반떼 베르나 신차가 출시되면 다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명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아차는 내수시장에서 K7 쏘렌토R 등 수익성이 좋은 중대형차 판매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낮아진 글로벌 재고에 따른 가동률 상승으로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