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순 신한은행장(사진)은 "2014년까지 국내 은행 간 합병에 참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4일 말했다.

이 행장은 이날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은행산업 재편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신한은행은 조흥은행과 LG카드 인수 여파로 여력이 많지 않아 M&A(인수 · 합병)를 서두를 때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는 "수익을 내는 정도 등을 감안하면 부채비율 등의 문제는 2014년께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다른 은행들이 어떤 방식으로 짝을 짓든간에 모두 신한은행에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도 "수의계약이 아닌 경우 가치보다 비싸게 살 수 있어 섣불리 나설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합병 후 통합(PMI) 등을 통해 1 더하기 1이 2 이상이 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행장은 국내 은행 M&A 대신 일본과 인도 베트남 등 해외시장 진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로 나가 이익을 분산시켜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며 "예전에는 거점 확보에 주력한 반면 지금은 일본 베트남 인도 등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외화유동성에 대해선 "현재 7억달러 수준인 '커미티드 라인(committed line · 단기 외화차입 한도)'을 20억~30억달러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커미티드 라인'은 금융회사 간 단기 외화 대출 성격으로 평상시에도 일정 규모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한다. 해외 금융회사와 체결하는 마이너스 대출 격인 크레디트 라인(신용공여 한도)은 위기 때 상대 은행이 거부하면 자금조달이 중단되지만 커미티드 라인은 법적으로 자금 인출 우선순위를 보장받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외화 유동성이 부족해졌을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그는 "위기가 발생할 경우 채권 발행을 위한 가산금리가 6~7%포인트로 급등하는 점을 고려하면 평소에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은행세 도입과 관련,"신한은행이 일본 현지법인인 SBJ로부터 적잖은 자금을 차입하고 있지만 SBJ가 예금으로 받은 것을 신한은행이 차입하는 것이며 지점에서 본점으로 송금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현재 은행세 부과 대상으로 얘기되는 비예금 차입 및 본점으로부터의 차입과는 다른 것이어서 은행세 부과 대상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