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사업 진출을 선언한 삼성토탈이 4일 LPG 수입 물량을 국내에 첫 반입했다. 이에 따라 1988년 이후 22년간 E1과 SK가스 양강체제로 유지되던 LPG 수입 시장이 3각 체제로 바뀌게 됐다. 삼성토탈이 수입한 LPG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차량용 LPG 시장에 풀릴 예정이어서 시장 경쟁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토탈은 이날 충남 대산공장 부두를 통해 중동산 LPG 1차 수입분 2만3000t을 하역했다.

◆이르면 하반기부터 시장판매

삼성토탈은 중동 지역에서 연간 100만t의 LPG를 수입할 예정이다. 이 중 60만t은 나프타 분해시설(NCC)에 투입되는 나프타 대체연료로 사용하고,나머지 40만t은 차량용 LPG로 시장에 판매할 방침이다. 자체 LPG 유통망이 없기 때문에 국내 정유사 또는 대형 판매 대리점에 LPG를 판매하는 방식이 된다. 삼성토탈은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2개사와 LPG 공급을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LPG시장에선 그동안 양대 수입사인 E1,SK가스와 함께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가 원유 정제과정에서 부산물로 나오는 LPG를 자사 주유소에서 판매해 왔다. 각 정유사들은 자체 생산으로 부족한 물량을 E1과 SK가스에서 공급받는다.

삼성토탈이 시중에 유통하는 연간 40만t의 차량용 LPG는 국내 차량용 LPG 시장(450만t)의 9%에 해당한다.

◆가격인하 효과는 '글쎄'

E1과 SK가스를 중심으로 한 양대 독과점 시장구조가 깨지면서 업계도 삼성토탈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새로운 공급 경쟁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선 추가 저장설비 증설 없이도 삼성토탈이 시장에 쏟아내는 LPG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계절적 요인에 의해 나프타 가격이 LPG 가격 밑으로 떨어질 경우 삼성토탈이 나프타 대체 비율을 낮추는 대신 차량용 LPG 판매 물량을 더 늘릴 수 있어서다. 이 회사는 LPG 저장시설이 최대 수요처인 수도권과 인접한 데다 자체 부두와 출하시설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LPG 사업 확대에도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LPG 국내 공급선이 늘어나고 가격 경쟁이 활발해지면서 LPG가격 인하가 점쳐지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삼성토탈이 경쟁사보다 싼 가격에 LPG 물량을 넘겨도 국제가격과 연동돼 책정되는 LPG 가격 특성상 일선 충전소의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