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매 전에 조롱을 받았던 애플 아이패드가 28일 만에 100만대를 돌파하며 '밀리언셀러'가 됐다. 베스트셀러인 아이폰이 74일 만에 기록했던 것을 절반도 안돼 달성했다. 이처럼 아이패드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자 아이패드를 다시 봐야 한다는 얘기가 솔솔 나오고 있다. 발매 전에는 올해 잘해야 500만대가 팔릴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지금은 최대 900만대에 달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아이패드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해 작동하는 애플 태블릿PC.스마트폰과 넷북의 중간에 위치하는 제품이다. 4월3일 미국에서 무선인터넷을 이용하는 와이파이 모델을 발매했고 지난 2일 3세대(3G) 이동통신망을 이용하는 3G 모델 판매를 시작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 제품을 "마술 같고 혁명적"이라고 소개했지만 발매 전에는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애플이 3G 모델을 발매한 2일에는 애플스토어마다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또 50개 애플스토어 가운데 49개 스토어가 하루 만에 제품이 동났다. 애플은 물량을 대지 못해 당초 4월 말 영국 일본 등 9개 국가에서 추가로 발매하려던 계획을 5월10일로 늦춰놓은 상태다. 아이패드 발매 한 달이 지나면서 e리더(전자책 단말기) 게임기 잡지 신문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졌다.

아이패드의 가장 큰 특징은 사용하기 쉽다는 점이다. 아이패드는 제품이 단순하다. 전원 버튼,홈 버튼,음량조절 버튼 등 버튼 3개가 있을 뿐이다. 전원을 켜고 아이콘을 눌러 손가락으로 터치하기만 하면 작동하기 때문에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든지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99세 할머니가 "아이패드 덕분에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이패드는 일차적으로 휴대용 게임기와 게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이패드 발매 후 아이폰용 게임이 잇따라 아이패드용으로 나오면서 킬러 콘텐츠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게임 '위룰(We Rule)'이 대표적이다. 앱스토어 분석 전문기업인 디스티모에 따르면 아이패드 발매 후에 나온 4870개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32%인 1577개가 게임 타이틀이다.

게임기 못지않게 영향을 미칠 분야로 e리더를 꼽을 수 있다. 아마존 킨들을 비롯한 e리더는 버튼식이고 흑백인 반면 아이패드는 손가락 터치로 간편하게 작동할 수 있고 화면이 컬러이다. 동화책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월트디즈니가 내놓은 '토이스토리'처럼 인터랙티브(양방향) 버전으로 내놓을 수도 있다. 아이패드 발매 후 애플 전자책 장터인 아이북스에서는 150만권의 전자책이 팔렸다.

아이패드는 잡지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상당수 잡지사가 아이패드 버전을 내놓고 유료로 팔고 있다. 잡지 애플리케이션 '지니오'에는 이코노미스트 에스콰이어 맥월드 등 20여개 잡지가 올려져 있다. 단순히 종이잡지를 디지털로 바꿔놓은 게 아니다. 사진 슬라이드쇼나 동영상도 보여주고 전자상거래까지 유도한다. 잡지를 읽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바로 구매할 수 있다.

아이패드의 독주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아이패드에 대적하기 위해 '쿠리어'란 이름의 태블릿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했으나 그만두기로 했다. 세계 최대 PC 메이커인 HP는 스마트폰 업체인 팜을 인수한 직후 '슬레이트'란 이름의 태블릿을 내놓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양사가 좀 더 강력한 '아이패드 킬러'를 내놓기 위해 계획을 수정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 LG 등도 태블릿을 개발 중이다.

아이패드가 언제 한국에서 발매될 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애플은 5월10일 9개 국가에서 추가로 발매한 뒤 '올해 안에(later this year)' 판매 국가를 늘리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이패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어 애로를 겪고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동통신사와 협의할 필요가 없는 와이파이 모델이라 해도 일러야 가을쯤 들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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