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쿠웨이트 북쪽 사브리야 지역의 SK건설 원유집하시설(GC-24) 공사현장.평균 기온이 50도를 넘는 혹서기로 접어든 공사장에 가로 50m · 세로 30m짜리 대형 천막이 등장했다. 매년 6~8월 3개월은 햇볕이 강한 낮 시간(12~4시)대에 근무를 금지한 현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이 천막은 공기(工期) 단축을 위해 SK건설이 고민 끝에 한국에서 직접 공수해 갔다.

SK건설은 세퍼레이터(분리시설) 디솔터(염분제거시설) 등 기계 위에 그늘막이 완성되자 '사막 돌격대'를 투입했다. 배관 · 용접 작업 등을 서두르기 위해 SK건설이 구성한 비상작업팀으로 한국의 배관 · 기계 · 전기 분야의 협력업체인 성도,국제,금양 등의 한국인 관리직원 60명과 태국,인도,파키스탄 등의 현장 근로자 600여명으로 구성됐다.

사막 돌격대는 특히 공기 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현장에서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 5월 현지 업체인 '걸프 스틱'이 담당했던 배관공사도 그중 하나다. 이 공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근무 태만으로 2개월가량 공기가 늦어진 상태였다. 200여명의 돌격대원은 지연된 공기를 한 달로 줄였다.

이철규 SK건설 쿠웨이트 공사관리 담당 상무는 "1970~80년대 중동 신화 때만 해도 현장 관리자는 물론 근로자도 대부분 한국인이어서 현장을 짜임새 있게 관리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지금은 근로자 대부분이 쿠웨이트 현지인과 태국인,인도인,파키스탄인 등이어서 공정관리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사업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SK건설은 42개월로 계약했던 GC-24 공기를 6개월이나 단축,지난 3월 공사를 마쳤다. 공기 막바지인 작년 8월부터 올해 3월까지 사막 돌격대가 '새벽 4시반부터 저녁 9시까지' 야근체제를 가동한 결과다. 지난해 추석에는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올 설에는 윤석경 SK건설 부회장이 현장으로 날아와 독려하며 힘을 보탰다.

SK건설은 조기 준공 인센티브로 2950만달러(약 330억원)를 확보했다. 회사 관계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자재 납품이 수개월씩 늦어진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자재 생산업체들이 도산하는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일군 성과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