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문 몰려 웨이퍼 없어 못팔아
국내 태양전지 웨이퍼 업체인 넥솔론의 전북 익산공장은 요즘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100% 가동된다. 올 들어 국내외 태양전지 업체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면서 제때 물량을 대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해외 업체들의 선(先)주문이 몰리면서 국내 업체들의 공급 요청은 선별해 받을 정도다. 김경배 넥솔론 경영기획실장은 "올 들어 유럽 등 해외 태양광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주문량이 30% 가까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글로벌 태양광 발전 시장이 기지개를 켜면서 태양전지 소재인 웨이퍼와 태양전지 가격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 국내에선 태양전지 업체들이 웨이퍼를 구하기 힘든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웨이퍼와 태양전지 가격은 지난 1~2월 사이 바닥을 찍고,시장 침체가 시작됐던 작년 금융위기 직전 가격을 뛰어넘었다. 최근 미국 중국 인도 등 각국 정부가 앞다퉈 태양광 발전 육성책을 내놓고 있어 당분간 이런 호황이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웨이퍼 어디 없나요. "
태양광 시장조사기관인 PV인사이츠에 따르면 이달 현재 웨이퍼 가격은 장당 3.45달러다. 지난해 9월(3.22달러) 이후 내림세를 지속했던 웨이퍼 가격은 12월 3.19달러까지 떨어진 뒤 지난 2월부터 반등하고 있다. 웨이퍼는 태양전지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을 얇은 원판 형태로 잘라놓은 제품이다. 웨이퍼에 회로를 입힌 뒤 전극을 통하도록 한 것이 태양전지다.
폴리실리콘과 태양전지 등 다른 태양광 부품소재에 비해 웨이퍼는 상대적으로 국내 공급량이 적다. 현재 실트론 네오세미테크 넥솔론 스마트에이스 등 다섯 개 안팎 업체들이 웨이퍼를 생산한다. 수요가 갑자기 증가하면 국내 시장에선 공급이 달릴 수밖에 없다. 태양전지 업체 관계자는 "가격을 더 얹어 사려고 해도 웨이퍼 물량이 나오지 않는다"며 "요즘엔 대만 일본 등 해외 웨이퍼 업체를 대상으로 물량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이퍼 가격이 뛰면서 태양전지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말 이후 와트(W)당 1.25달러 선에 머물렀던 태양전지 가격은 현재 1.35달러로 작년 9월(1.31달러) 가격 수준을 돌파했다. 태양전지 업체인 신성홀딩스 관계자는 "거래 가격보다 높은 1.4달러에 제품을 사겠다는 요청도 있지만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성장 국면 진입
업계는 올 들어 태양광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 관련 부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독일의 태양광 발전차액 지원금 축소를 꼽고 있다.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독일은 태양광 업계의 자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 형태인 태양광 발전차액을 최고 25% 줄일 예정이다. 이 여파로 지원금을 더 받으려는 사업자들이 서둘러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당초 지난달로 예정됐던 지원금 축소 시한은 오는 7월로 다시 연기됐다.
최근 국내 웨이퍼 및 태양전지 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 역시 절반 이상이 독일로 수출(최종 소비지역)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짝 호황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 중국 인도 등이 작년 하반기 이후 태양광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있어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질 경우 태양광 시장도 확대될 것"이라며 "현재 국내 웨이퍼 · 전지 업체들의 주문 수주량을 볼 때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호황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