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Insight] 일본 맥도날드 '철수의 경영학'…이기고 싶으면 정상에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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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Practice
더 강해지기 위해 눈앞의 이익 포기, 흑자 내는 100개 포함 433개 점포 정리
철수할 오늘 위해 6년 기다렸다
더 강해지기 위해 눈앞의 이익 포기, 흑자 내는 100개 포함 433개 점포 정리
철수할 오늘 위해 6년 기다렸다
도쿄 세타가야구 후타고타마가와 전철역 앞 맥도날드 매장은 언제나 줄을 서기로 유명했다. 도쿄 시내에서도 손 꼽히는 흑자 점포였다. 그러나 이 점포는 지난달 중순 폐쇄됐다. 역 주변의 재개발이 계기였지만,주된 이유는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점포로서 입지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본 맥도날드의 점포 철수 전략이 최근 화제다. 이 회사의 하라다 에이코 사장(CEO)은 지난 2월 결산실적 설명회장에서 깜짝 발표를 했다. "올해 안에 전국 점포의 10%에 해당하는 433개점의 문을 닫는다. " 일본 외식업계에서 점포 폐쇄는 사실 뉴스가 아니다. 저출산 · 고령화에 따른 소비인구 감소와 내수 침체로 일본의 외식업계는 적자 점포를 정리하는 게 붐이다.
그러나 하라다 일본 맥도날드 사장의 점포 철수 선언은 뉴스의 초점이 됐다. 매출과 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절정의 시점에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경영 한계상황에 봉착해 점포 정리 등 구조조정을 하는 기업의 철수와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사업 확장도 시기가 중요하지만,철수야말로 '타이밍의 게임'이라는 게 하라다 사장의 지론이다.
◆"6년간 오늘을 기다렸다"
작년 일본의 외식업계는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몰아친 경제위기로 소비가 급감하면서 실적이 추락했다. 그러나 일본 맥도날드만큼은 달랐다. 역대 최대인 5319억엔(약 6조3000여억원) 매출에 전년 대비 27% 증가한 233억엔(약 280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하라다 사장은 바로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 6년간 오늘을 기다려 왔다"고 말했다.
하라다 사장이 일본 맥도날드 경영의 지휘봉을 잡은 건 2004년.일본 맥도날드가 1998년 이후 공격적인 점포 확대의 후유증으로 2년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채산성이 낮은 점포 정리에 한창이던 때였다. 그러나 하라다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점포정리 중단'을 지시했다. 경영이 악화돼 기초체력이 약한 상황에서 점포 폐쇄를 지속할 경우 회사의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는 일단 점포 수를 유지하면서 점포당 매출액을 올리는 데 집중했다. 여기엔 2단계 전략을 구사했다. '1단계,손님 수를 늘린다. 일정 규모로 손님이 늘면 2단계로 제품 가격을 올린다. '하라다 사장은 2005년부터 개당 100엔(약 1200원)의 비교적 싼 메뉴를 늘려 손님을 끌어들였다. 일정 손님 수를 확보한 2006년부터는 60% 이상의 제품 가격을 올렸다. 절묘한 전략은 먹혀들었다. 일본 맥도날드의 현재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2004년에 비해 4배로 뛴 상태다. 이렇게 체력을 비축한 뒤 하라다 사장은 마침내 6년 동안 기다렸던 점포 철수라는 구조조정을 단행키로 한 것이다.
◆흑자 점포도 철수한다
일본 맥도날드가 철수를 결정한 433개 점포의 연간 매출액은 400억엔(약 4800억원)에 달한다. 이 중엔 흑자를 내는 점포도 100개가 넘게 포함돼 있다. 점포 폐쇄 기준이 당장의 실적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 뭘까. 하라다 사장이 제시한 폐쇄 점포의 기준은 세 가지다.
첫째 주방을 늘릴 공간적 여유가 없어 메뉴가 제한적인 매장,둘째 가족과 아이들을 위한 점포로서 입지가 적합하지 않은 매장,셋째 서비스 품질을 충족하지 못해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매장이다. 눈 앞의 이익이 아니라 '맥도날드다움'을 중시한다는 뜻이다. 하라다 사장은 "과거처럼 매장 수를 늘리는 양적 경쟁은 의미가 없다.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강해지기 위한 '철수와 집중'을 하겠다는 얘기다.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감안해 철수의 규모를 정교하게 짠 것도 그래서다. 이 회사는 올해 점포 정리에 따른 특별손실 규모를 120억엔(약 1400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일본 맥도날드의 작년 당기순이익(128억엔)을 넘지 않는 선이다. 점포를 철수하더라도 최소한 적자를 보지 않는 범위에서 하겠다는 의미다.
◆철수를 막는 5가지 장벽
기업 경영에서 철수는 공격보다 중요하다. 공격 기회를 잃으면 승리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하지만 철수 타이밍을 놓치면 회사가 망할 수도 있다. 물론 사업 철수가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일본 맥도날드처럼 가장 잘 나갈 때 철수하기란 더 어렵다.
성공에 도취해 철수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회사가 정말 망한 케이스는 드물지 않다. 시골 야채가게에서 출발, 종업원 2만8000명의 세계적인 유통그룹으로 도약했다가 1997년 파산한 일본의 야오한그룹이 단적인 예다. 당시 야오한은 중국 등 해외 사업에서 승승장구,세계 16개국에 450개의 슈퍼마켓을 운영할 정도로 덩치를 키웠다. 문제는 일본 사업이 1995년부터 적자를 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당시 와다 가즈오 사장은 채권은행으로부터 "일본 내 사업을 매각하라"는 조언을 받았다. 하지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회사의 뿌리인 일본 유통점을 포기하기란 죽기보다 싫었다. 결단이 늦어지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야오한은 결국 1613억엔의 부채를 안고 도산했다. 올해 81세가 된 와다 전 사장은 "내가 좀더 일찍 일본 사업 철수를 결심했다면,회사를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후회한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기업 경영에서 다음과 같은 말 다섯 가지가 '철수를 막는 살인 문구'라고 소개했다. ①규모가 작아지면 라이벌 기업에 질 수 있다 ②이 사업은 우리 회사의 DNA다 ③조만간 반드시 이익이 난다 ④이 사업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 ⑤철수하면 사원들은 어떻게 하나. 우리 회사는 이런 장벽을 넘어 과연 과감한 '철수와 집중'을 할 수 있을까.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