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신한銀 "현대상선 흑자…유동성 문제없어"
현대상선이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할 정도로 해운업황이 개선되고 있고,단기 유동성에도 문제가 없는 만큼 약정체결보다 한 단계 낮은 자율협약 형태로 관리하는 방안이 채권단 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현대상선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이달 중순 채권단협의회를 열어 현대그룹에 대한 약정 체결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외환은행은 현대상선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8018억원에 달한 데다 부채비율도 300%에 육박할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된 만큼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도 지난해 2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금강산 관광 중단 등의 여파로 올해 역시 수익개선이 불투명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산업 · 신한 등 부채권은행은 신중론을 제기하고 있다. 산은 관계자는 "약정에 넣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며 "작년 재무제표만 보고 기계적으로 판단할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이 지난해 말 기준으로 9192억원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가까운 장래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약정을 체결하면 시장 불안을 야기하면서 오히려 재무구조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도 "해운경기가 조금씩 살아나고 있어 현대상선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현대아산은 그룹내 상징이긴 하지만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이에 따라 약정을 체결하기보다는 6개월간 자율협약 형태로 시간을 준 뒤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토록 하고 해운경기의 변화를 지켜보며 결론을 내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이 주채권은행인 웅진의 경우 재무평가에서는 불합격 판정을 받았지만 이같은 방식으로 구조조정에 성공,올해 약정체결대상에서 제외됐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이 원칙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약정체결은 어디까지나 주채권 은행 중심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다만 기존 약정체결 기업과의 형평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원래 약정체결 대상기업의 이름은 물론 체결 여부도 외부에 절대 공개돼서는 안될 사안"이라며 "현대그룹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오히려 상황변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