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 20조원이 몰리며 옛 '국민주' 열풍을 연상시키는 청약전쟁이 벌어졌지만 증시 일각에선 오히려 후유증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대규모 공모 이후 코스피지수가 조정에 들어간 선례에 비춰볼 때 증시가 '꼭지'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것이다.

또 증시가 수급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어서 주식을 배정받지 못한 19조원이 어디로 흘러갈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하지만 증시로 직접 유입되긴 어려울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규모 공모 후 증시 향방은

삼성생명의 청약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 대규모 공모 이후 증시 하락 경험을 떠올리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대형 증권사 투자은행(IB) 담당 임원은 "KT&G 삼성카드 롯데쇼핑 등 시중자금이 대거 몰렸던 기업공개(IPO) 이후 주식시장은 항상 상승세를 접고 하락 반전했다"고 말했다.

실제 2007년 6월 약 6조원을 끌어모은 삼성카드 공모 이후 코스피지수는 한동안 강세를 이어갔지만 8월에 접어들자 2000선에서 1640선으로 수직 낙하했다. 11조원 이상 몰린 1999년 9월 KT&G 청약 때도 그 이전 석 달간 900~1000선 사이에서 버티던 지수가 박스권 하단을 뚫고 800선 아래로 밀려났다.

조용현 하나대투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형 공모 기업들은 경기가 좋고 상승장일 때 상장을 추진하게 마련"이라며 "증시가 상당기간 오른 뒤 IPO를 하므로 상장에 성공해도 증시에 조정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다만 "증시 규모가 커져 웬만한 물량은 흡수가 가능하고 국내외 경기가 회복 추세여서 주변 환경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기업 경쟁력과 성장성이 월등히 높아져 증시의 일시적 수급 부담이 추세를 뒤집을 수준은 아니라는 진단이다.

◆여유자금 어디로 갈까

삼성생명 청약에 참여한 20조원 가운데 일반공모분(9776억원)을 제외한 19조원은 7일 고객 계좌로 환불된다. 증권업계는 이 돈을 붙잡아두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한은행이 청약 반환자금 특판용 지수연동예금(ELD)을 내놓는 등 환불자금을 다시 흡수하기 위한 은행권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대출 등 레버리지(차입)를 일으켜 들어온 자금이 상당수인 데다 자금 성격이 달라 직접적인 증시 유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험적으로 공모나 채권 투자 등을 목적으로 한 자금이 그 외의 용도로 사용되진 않는다"며 "돌려받은 돈은 다시 머니마켓펀드(MMF)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다른 투자대안이 없어 청약에 나선 투자자가 대부분이란 점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부동산시장이 조금이라도 회복될 조짐이 보이면 시중자금은 쏜살같이 그쪽으로 몰려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갈 곳이 마땅치 않아 일부 자금은 뒤이을 공모주 청약에 다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청약자금이 은행 예금보다는 공격적인 성향이고,이달 중 만도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등 관심을 끌 만한 공모주 청약이 예정돼 있어 릴레이 청약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투자 vs 막차 잡아타기


환불받은 여윳돈으로 다시 공모주 투자에 나설 경우엔 삼성생명 청약 과정에서 나타난 '눈치싸움'에서 팁을 얻을 수 있다. 당첨 확률을 높이려면 역으로 경쟁률이 낮은 창구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입 원서마감처럼 통상 청약 마감 1~2시간 전 눈치싸움이 극에 달해 증권사별 경쟁률 순위가 갑작스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적은 물량을 받았거나 미처 청약에 참여하지 못했던 투자자라면 삼성생명을 편입할 수 있는 공모주 펀드나 주관 · 인수 증권사 계열이 아닌 자산운용사의 주식형펀드 등을 통해 삼성생명에 간접 투자할 수 있다.

강지연/노경목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