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가 마찰 조사] 中企 "우린 샌드위치"…대기업 "수익성 악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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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중소 휴대폰 도금업체 A사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원자재 값은 하루가 무섭게 뛰는데 납품 가격은 꿈쩍도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금 원료로 쓰이는 니켈의 국제 시세는 올 들어서만 40% 이상,1년 전보다는 75%가량 뛰었다. 이에 따라 생산원가가 약 30% 올랐지만 거래처인 대기업은 납품가격 인상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는 게 A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2.지난달 30일 주식시장에서 포스코 주가는 3% 넘게 하락하며 5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장 초반만 해도 상승세를 탔지만 지식경제부가 포스코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 임원들을 불러놓고 '원자재 가격 인상 자제와 납품가격 현실화'를 요구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갑자기 하락세로 돌변했다. 정부 압박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힘들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 주문을 부추겼다. 포스코는 부랴부랴 긴급 안내메일을 통해 "하반기 (철강 공급)가격 인상 요인 등과 함께 가격 인상이 없을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 (지경부 회의에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미묘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데도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제대로 올려주지 않아 울상이다.
대기업도 할 말이 있다. 납품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중소기업 쪽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샌드위치'중소기업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을 상대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납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쪽이었다.
골판지 업계의 경우 원료인 골심지 가격이 작년 6월 t당 30만원에서 지난 4월 46만원으로 올랐다. 생산원가는 53%가량 뛰었지만 일부 대기업은 아직도 작년 9월 납품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주물업계는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지난해 평균 t당 34만9000원에서 올 4월 t당 43만원으로 23% 올랐지만 납품가격 인상폭은 6%가량에 그쳤다.
플라스틱 업계는 원료인 합성수지(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선(先)공급-후(後)정산' 방식으로 결정돼 원료 가격인상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원료 가격은 매달 변하지만 납품가격은 분기나 연간 단위로 계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구하기'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상 처음으로 '원자재'라는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한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6일부터 운영한다. 또 이달 중 원자재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의 절반가량이 납품업체인 상황에서 납품단가 인하는 중소기업의 채산성과 투자 여력을 악화시켜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금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납품가격은 올리기 어려운 샌드위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할 말'있는 대기업
대기업들은 일단 외형상으론 정부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심 걱정이 크다.
대형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납품가격 인상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면 '가격 저항'을 유발할 수 있고 그렇다고 소비자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용석/고경봉/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
#2.지난달 30일 주식시장에서 포스코 주가는 3% 넘게 하락하며 5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장 초반만 해도 상승세를 탔지만 지식경제부가 포스코를 포함한 주요 대기업 임원들을 불러놓고 '원자재 가격 인상 자제와 납품가격 현실화'를 요구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자 갑자기 하락세로 돌변했다. 정부 압박으로 제품 가격 인상이 힘들어지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매도 주문을 부추겼다. 포스코는 부랴부랴 긴급 안내메일을 통해 "하반기 (철강 공급)가격 인상 요인 등과 함께 가격 인상이 없을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 (지경부 회의에서)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미묘한 마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값이 급등하는데도 대기업이 납품가격을 제대로 올려주지 않아 울상이다.
대기업도 할 말이 있다. 납품가격 인상분을 제품가격에 전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소기업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중소기업 쪽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샌드위치'중소기업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중소기업을 상대로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납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실태조사를 벌였다. 결과는 '그렇지 않다'는 쪽이었다.
골판지 업계의 경우 원료인 골심지 가격이 작년 6월 t당 30만원에서 지난 4월 46만원으로 올랐다. 생산원가는 53%가량 뛰었지만 일부 대기업은 아직도 작년 9월 납품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주물업계는 원료인 철스크랩 가격이 지난해 평균 t당 34만9000원에서 올 4월 t당 43만원으로 23% 올랐지만 납품가격 인상폭은 6%가량에 그쳤다.
플라스틱 업계는 원료인 합성수지(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선(先)공급-후(後)정산' 방식으로 결정돼 원료 가격인상분을 납품가격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원료 가격은 매달 변하지만 납품가격은 분기나 연간 단위로 계약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구하기'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상 처음으로 '원자재'라는 특정 분야를 타깃으로 한 불공정거래 신고센터를 6일부터 운영한다. 또 이달 중 원자재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중소 제조업체의 절반가량이 납품업체인 상황에서 납품단가 인하는 중소기업의 채산성과 투자 여력을 악화시켜 결국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금 중소기업은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데 납품가격은 올리기 어려운 샌드위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할 말'있는 대기업
대기업들은 일단 외형상으론 정부 방침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심 걱정이 크다.
대형 제조업체나 유통업체는 납품가격 인상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쉽지 않다고 우려한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심리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면 '가격 저항'을 유발할 수 있고 그렇다고 소비자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성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주용석/고경봉/서기열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