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과 후 주석 간의 회담은 2006년 1월 이후 4년 3개월여 만에 이뤄졌다. 북한이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장기간 고착상태에 빠져 있는 상황이란 점에서 의미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한국의 천안함 침몰사건과 김 위원장의 권력이양 문제까지 겹쳐 있어 두 정상 간의 대화는 향후 한반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이 이자리에서 '6자회담에 무조건 복귀'라는,소위 '통 큰 선언'이라고 할 만한 언급을 구체적으로 했는지는 불확실하다. 다만 기존에 6자회담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유엔제재의 해제와 평화협정 체결을 고집하진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베이징의 외교 전문가들은 "경제원조가 시급한 상황에서 중국이 강력히 촉구하고 있는 6자회담 복귀에 대해 북으로서는 어느 정도 양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는 대신 경제원조라는 실리를 챙기는 전략을 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이 6자회담 예비회담에 참여키로 양측이 이미 합의했다'(일본 아사히 신문)는 설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식량지원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작년 11월 단행한 화폐개혁이 사실상 실패로 끝나면서 최악의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부족한 식량만 100만t 이상으로 추정된다.
또 북한 경제재건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자본이 들어올 수 있도록 두만강과 압록강변에 경제특구를 만드는 방안도 거론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1월 경제특구로 지정한 라선시(라진 · 선봉)를 활용한 북 · 중 경제협력 체제 구축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베이징의 북한 문제 전문가는 지적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해선 논의했는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천안함 사건말고도 중국과 북한 간에는 논의해야 할 일이 많다"(베이징대 진징이교수)는 게 중국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더구나 김 위원장의 방중 초청에 대해 한국과 미국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점을 의식,양측이 굳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거론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이 천안함과 이번 북 · 중 정상회담을 분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제로 오르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은 침묵으로 천안함 사건에 대응하되 북한의 6자회담 복귀라는 카드를 통해 국제사회의 초점을 천안함에서 북핵문제 해결로 전환시키려 할 것"(홍콩 중국문제 연구소 왕핑위연구원)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갖는다.
김정은의 권력승계에 대해선 어떤 형식으로든 통보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 역시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중국을 방문,아들인 김정일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것을 혈맹에 대한 예우차원에서 통보한 적이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