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악재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 재정위기 파장이 주변 유로존 국가로 급속히 번지면서 국내증시가 속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는 장 개장과 동시에 2%이상 급락 출발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은 20원 이상 급등하면서 1135원대를 기록 중이다.

이날 오전 9시24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6.84포인트(2.15%) 내린 1681.74를 기록 중이다. 코스닥지수 역시 10.49포인트 내린 508.48을 나타내며 510선 아래로 주저앉고 있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들은 500억원에 육박하는 순매도를 기록하며 사흘연속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포르투갈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시킬 수도 있다고 밝힌 점이 투자심리를 위축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무디스는 포르투갈의 현재 'Aa2'인 채권등급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3개월 내에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유럽발 악재가 미국과 중국 등 선진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까지 훼손할 정도는 아닌 만큼 사태 해결 추이를 지켜보는 등 침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지수가 속락하고 있는 것은 그리스 등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급격히 확산될 것이란 시장의 우려 때문"이라며 "하지만 이번 사안이 미국과 중국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현재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연초 그리스 충격과 비교해 현재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는 것"이라며 "특히 그리스에 이어 스페인과 포르투갈까지 재정위기에 휩싸일 경우 유럽경제 자체가 또한번 흔들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그 핵심"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기존과 달리 우려의 범위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미국과 중국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단지 미국증시 등이 단기급등하면서 과열을 식히기 위한 빌미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오히려 이러한 유로존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부각된 글로벌 출구전략 조기시행 의견이 퇴보하고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예상된다"면서 "코스피지수 1600선대는 자산배분의 변곡점이 될 수 있는 만큼 주식비중을 늘리고 채권 비중을 줄여나가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고용지표 등 매크로 지표 개선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외국인 투자자들의 추세적 이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고용분석업체인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스(ADP)가 전날 발표한 4월 민간부문 고용은 전달 대비 3만2000건 증가, 예상치(3만건)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증시가 최근 변동폭을 확대하면서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면서 "국내증시에 참여하는 외국인들 역시 이에 연동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증시 변동폭 확대에는 골드만 삭스 검찰 조사와 중국 긴축우려, 그리스 재정위기 등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주범은 쉬지 않고 달린데 따른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주도 종목 중심의 순환성 수익률 게임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 연구원은 "장세는 당분간 현 수준에서 등락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국내외 지수의 속도 조절로 인해 탄력적인 반등이 쉽지 않더라도 미국의 경기 반등세와 기존 주도 업종의 긍정적인 전망, 시중의 넘치는 부동자금 등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수석연구원도 미국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외국인 매수세가 소강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지수는 제한적인 등락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수보다는 종목별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주도 업종 내 종목 찾기가 유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배 연구원은 "지난 1분기 실적 결과에서 확인한대로 정보기술(IT)과 자동차 업종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대형주가 쉬어간다면 관련 업종내 부품주 등 중소형주의 활발한 종목별 수익률 게임도
기대해볼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