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국에 이자·배당 바치는 조공국으로 전락할 것인가
"21세기는 창과 칼로 다른 나라를 정복하는 제국이 아니라 자본을 가진 금융제국이 다른 나라를 지배하는 시대다. 투자라는 이름으로 약소국들의 기업을 지배한 다음 그 기업들이 갖다 바치는 이자와 배당을 챙긴다. 따라서 21세기판 조공은 이자와 배당이다. "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을 쓴 저자는 이렇게 주장한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와 상하이 푸단(復旦)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푸단대와 베이징사범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저자는 외환은행,대우증권,한화증권 등에서 25년 동안 애널리스트와 투자은행(IB) 뱅커로 이름을 날린 인물.대우증권 리서치본부장 때 중국 연구를 시작해 중국기업의 국내 증시 상장업무를 최초로 시작했고 중국 리서치를 오래 전부터 해온 전문가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이 길게 잘 먹고 잘 살려면 중국시장에 돈을 묻어둬야 한다고 말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축이 동양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그 중심에 중국이 서 있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들이 제조대국으로 일어나 군사력을 겸비한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다음 마지막에는 금융대국이 되면서 세계를 제패한 것처럼,중국 또한 이런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 아래 경제개혁을 시작한 지 30년 만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제조대국이 됐다. 또한 수출 세계 1위,증시 시가총액 2위,군사비 2위,국내총생산 2위로 제조대국을 넘어 군사대국,무역대국으로 성장했고,금융위기 이후 서구 경제대국들이 휘청거리는 틈을 노려 중국은 '세계의 은행',즉 금융대국을 꿈꾸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중국이 금융대국이 되면 한국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가령 한국 최대기업의 이익은 연간 10조원에 이르지만 그 중 절반은 외국인 몫이다. 게다가 주가 관리와 주주이익 환원을 위해 매년 2조원,많게는 4조원을 풀어 자사주를 샀고,그때마다 외국인들은 보유주식을 팔아서 차익을 챙겼다.

저자는 "앞으로는 금융대국 중국이 이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자칫 중국에 이자와 배당을 조공으로 바치는 나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막대한 달러를 가진 중국이 국부펀드 3000억달러 중 10%를 가지고 헤지펀드를 통해 국내 증시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30여개 펀드로 분산해서 산다면 막을 방법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향후 10년은 한국이 1980년대에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는 고성장 시대가 지속되고 한국 투자가들에게는 투자하기 좋은 '황금의 10년'이 될 것"이라며 "좀 더 길게 보고 연 10%씩 성장하는 고성장 분야에 주식이든 펀드든 부동산이든 돈을 묻어두라"고 조언한다. 중국에 이자와 배당으로 조공을 바칠 게 아니라 받아와야 한다는 얘기다.

저자는 금융위기 이후의 변화와 향후 10년간의 세계경제 판도 변화,중국의 '위안화 식민지 건설' 야망 등을 꼼꼼히 짚으면서 대중국 투자를 위한 방법과 유망분야 등을 설명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