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선탠·댄스파티…럭셔리 크루즈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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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여행 '로얄캐리비안 레전드호'
쌍쌍이 턱시도와 이브닝드레스 차림이다. 높은 천장의 샹들리에는 화려하게 빛나고,테이블 위의 칵테일이며 와인은 만찬 분위기를 한껏 달군다. 바이올린과 피아노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누군가의 건배 제의로 와인잔을 들어올린다. 영화 속의 한 장면이 아니다. 바다를 떠다니는 리조트라는 크루즈선의 만찬장 모습이다. 왠지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지만 그런 낯선 분위기에 젖어보는 것도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하나가 아닐까.
#바다를 떠나는 호화 리조트
선실로 배달된 선상신문을 펼친다. 매일 아침 선실로 배달되는 이 신문엔 오늘의 이벤트가 빼곡히 적혀 있다. 암벽등반을 할까? 빙고게임을 해볼까? 일단 여유를 부려볼 겸 9층 실외 수영장 옆의 선베드에 누워 책을 읽는다. 따뜻한 햇살에 눈이 저절로 감긴다. 실내수영장으로 자리를 옮기니 서양인들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인 승객은 어디에 있을까. 골프열풍을 반영하듯 9홀 미니골프장이 한국인으로 북적인다. 골프장 바로 옆에는 암벽등반대회가 열리고 있다. 인공암벽의 높이는 9m이지만 꼭대기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체감 높이가 높은 산 정상에 오른 것과 비슷하다. 10층엔 배 전체를 도는 조깅트랙이 있다.
크루즈의 중앙 홀에선 항상 이벤트가 열린다. 수건으로 동물을 만드는 강좌가 여성 승객들의 시선을 끈다. 수건이 토끼로,가재로 변신한다. 케이크 만들기는 강좌라기보단 코미디쇼에 가깝다. 어수룩한 요리사가 엉뚱한 실수를 연발하며 관객을 웃긴다. 저녁식사 시간에도 쇼는 계속된다. 정찬식사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웨이터들이 사라진다. 잠시 후 100명이 넘는 웨이터와 요리사들이 행진곡 리듬에 맞춰 냅킨을 휘날리며 줄지어 나타난다. 손님들도 같이 박수치고 냅킨을 흔들며 호응을 한다.
#매일 달라지는 기항지 여행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이것을 크루즈 여행의 백미로 꼽는다. 좁은 비행기 좌석이나 오랜 기차여행에 시달릴 필요 없이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 여행지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상하이에선 와이탄공원에서 잠시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예원을 돌아본 뒤 크루즈로 귀환했다.
상하이를 떠나 나가사키로 가는 다음 날은 해상에서 하루를 보낸다. 원폭기념관과 원폭투하 중심지는 나가사키에서 꼭 들러야 하는 코스다. 원폭 피해를 입은 건물 잔해와 집기들이 전시돼 있다. 기념관을 빠져 나와 원폭 중심지로 향한다. 암울한 분위기일 줄 알았더니 깨끗하게 정돈된 공원이다. 나가사키의 주요 교통수단인 전차를 타고 차이나타운으로 이동한다. 유명한 나가사키 짬뽕의 원조골목이 있다.
5시에 크루즈가 떠나려하자 나가사키의 학생들이 관악 합주를 한다. 배가 도크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스코틀랜드 민요 '작별'이 연주될 때 눈물이 글썽일 뻔했다.
다음 날 가고시마에선 사쿠라지마 화산섬으로 향했다. 현재도 계속 화산재를 뿜어대는 활화산이다. 1911년의 대분화 때 용암이 흘러 육지와 연결됐다. 전망대에 오르니 검정색 화산재로 바닥이 뒤덮여 있다.
마지막 날 후쿠오카 여행은 가족들을 위한 기념품도 살 겸 도심을 걸어본다. 캐널시티는 한국의 코엑스몰과 같은 복합쇼핑몰인데 5층 규모의 건물 사이로 180m 길이의 운하가 흐른다. 크루즈로 돌아와서 마지막 밤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기도 전에 1950~60년대 로큰롤 파티가 열린다. 승객들이 모두 나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모두들 손을 잡고 머리를 흔들고 목소리 높이며 크루즈 마지막 밤은 깊어갔다.
후쿠오카=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 여행TIP
부산 출발 한·중·일 크루즈 노선을 운항하는 유람선은 로얄캐리비안크루즈의 7만t급 레전드호다.
길이는 264m로 축구장 두 개 반을 이어놓은 것과 같다. 선폭은 32m.축구장 세로 길이의 절반 크기다. 유람선의 높이는 서울시내 중층 아파트와 비슷한 11층.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두 배 정도인 902실의 선실이 있다. 최대 탑승 인원은 승객 2074명,승무원 726명 등 2800명.한국인 승무원 20명이 승선해 있다.
6월부터 9월까지 4·6·7·8일 일정으로 여름시즌을 운항한다. 요금은 출항 시기와 선실 등급에 따라 달라진다. 6월18일 출발하는 7박8일 일정의 경우 1인당 복도쪽 창이 없는 내측선실 109만9000원,오션뷰 선실 130만9000원,발코니 선실 179만원.숙박과 식사가 포함된 요금이며 술과 음료는 별도.
기항지 관광도 따로 돈을 내고 신청해야 한다. 로얄캐리비안크루즈 한국사무소 (02)737-0003,www.rcc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