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금융감독개혁 법안 프로그램의 주요 축으로 '대마불사' 관행을 척결하는 수정안을 초당적 합의로 통과시켰다. 이 수정안은 상원의 전체 금융감독개혁 법안에 첨부되고 다시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앞서 지난해 가결된 하원의 금융감독개혁 법안과 절충을 거쳐 재표결에 부쳐진다.

상원은 5일(현지시간) 크리스토퍼 도드 금융위원장과 리처드 셸비 공화당 의원이 합의해 마련한 '대마불사 수정안'을 찬성 93 대 반대 5표로 가결했다. 도드 위원장은 "부실한 대형 금융사가 국가와 전 국민을 볼모로 잡지 않도록 방지할 법안"이라고 자평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도 "월가와 대형 은행들의 무모함과 무책임으로 납세자들이 고통을 겪게 하지 않을 법안"이라며 지지를 보냈다.

◆대마불사 척결법,어떤 내용 담겼나

수정안에는 부실 금융사 정리기금을 신설키로 한 도드 위원장의 당초 안이 폐기됐다. 처음 도드 안은 500억달러를 금융사들로부터 미리 걷는다는 것이었으나 공화당이 완강히 반대해 무산됐다. 기금이 신설되면 금융사들이 이를 믿고 다시 무모한 투자에 나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수정안은 대신 재무부(정부)가 초기 정리자금을 부담하되 대형 부실 금융사를 청산하면서 자산을 팔아 정부 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부실 대형 금융사의 채권자들과 주주들에게 손실을 부담케 하겠다는 의도다. 그래도 정부 자금이 완전히 회수되지 않으면 건전한 대형 금융사들에서 비용을 걷어 충당할 여지는 뒀다.

금융시스템 안정을 해칠 수 있는 부실 금융사 정리는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맡도록 했다. 의회에는 대형 금융사들의 채권 보증을 승인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했다. 청산 대상인 대형 금융사 경영진이나 이사들이 최소한 2년 동안 금융업계에 종사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조항까지 담아 경영책임을 강화했다.

상원은 파산 위기에 처한 금융사에 제도적으로 혈세 투입을 불가능하게 하는 바버라 박서 민주당 의원의 다른 수정안도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두 가지 큰 쟁점 여전히 미결

상원은 쟁점별로 수정안을 채택해 최종 금융감독개혁 법안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간 상당한 난관이었던 대마불사 수정안은 일단 통과시켰으나 소비자금융보호기구 신설 안과 450조달러에 이르는 파생금융상품 시장 규제안에 대한 이견도 해소해야 한다.

민주당 안은 소비자금융보호기구를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내에 두자는 것이다. 공화당은 FDIC에 두기를 원한다. 공화당은 또 이 기구의 권한이 너무 크다며 각종 규정을 채택할 때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시해놨다. 민주당과 백악관은 공화당의 수정안에 반대다. 골드만삭스,JP모건체이스 등 대형 은행들이 파생금융상품 업무를 분사토록 하는 규제 방안도 앞으로 절충이 필요하다.

FRB의 권한 규제와 관련된 버니 샌더스 무소속 의원의 수정안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샌더스 안은 FRB의 긴급대출권을 의회가 감사토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찬성하는 분위기이나 백악관과 FRB가 반대하고 있다.

중소형 은행들에 대한 FRB의 감독권을 철회하고 리틀 FRB 격인 뉴욕연방은행 총재를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는 도드 위원장의 안 역시 반발에 부딪쳤다. 백악관과 FRB는 중앙은행의 독립성 침해라며 반대한다. 이날 4개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은 의회를 찾아 법안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