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후 목재 값도 올라 '특수'
올해 순익 75%↑ 140억 기대
이춘만 이건산업 대표는 6일 "최근 칠레 지진 탓으로 전 세계 목재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반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부터 칠레와 한국공장을 24시간 가동 중이지만 수요를 다 댈 수 없을 만큼 주문이 늘었다"며 "생산능력을 당장 키울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자가 이 대표를 찾은 저녁 8시께 인천 도화동 이건산업 마루제조 공장은 대낮같이 환한 불빛 속에서 야간작업이 한창이었다. 공장 안은 연방 나무를 깎고 원목을 마루로 가공하는 소리로 요란했고,회사 마당엔 트럭에 물건을 옮겨싣는 직원들의 손길이 바빴다.
이 대표는 "지난 3월부터 3개월째 공장을 풀가동한 덕분에 수익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순이익이 작년보다 75% 이상 늘어난 1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건산업은 지난해 6년 만에 흑자전환한 데 이어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모멘텀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건산업이 누리는 호황은 '역설적'이게도 바로 칠레 지진 덕분이다. 지난 2월 말 발생한 칠레 지진으로 인해 경쟁업체들의 공장은 대부분 파괴돼 언제 복구될지 기약이 없지만 이건산업의 현지공장은 진앙지인 콘셉시온으로부터 300㎞ 떨어져 피해를 입지 않았다. 칠레에서 시설 복구에 쓰일 목재 수요는 늘었는데 목재공장들이 조업을 못 하면서 공급이 달리자 최근 목재가격은 25% 이상 급등했고,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이건산업에 주문이 몰리고 있는 것.
이 회사는 가격을 10% 정도 낮추는 전략으로 지진으로 인해 취소된 경쟁사들의 주문까지 흡수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칠레에 있는 목재공장들이 정상 가동되려면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며 "목재가공업의 특성상 생산시설 증설이 쉽지 않아 우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 크게 늘지는 않겠지만 가격 상승세를 감안하면 올해만 예측치보다 약 30억원을 초과하는 순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주공산인 칠레 내수시장에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해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예기치 않은 호황'을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것은 물론 다양한 신성장동력을 개발하는 데도 역량을 집중할 뜻을 비쳤다. 이건산업이 공들이고 있는 신성장동력은 환경 관련 사업.이 회사는 우선 1995년 남태평양 솔로몬 군도에서 목재용 조림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부터 포스코와 협력해 우루과이에 있는 약 2만㏊ 크기 부지에 탄소배출권용 조림사업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2015년까지 나무심기를 마친다는 목표로 진행 중"이라며 "포스코가 연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약 10%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건산업은 또 지난해부터 인천공장 인근 기업에 잉여스팀을 공급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환경산업이 궤도에 오르면 연료용 조림사업도 진행해 톱밥을 뭉쳐서 만든 연료인 우드펠릿과 나무에서 에탄올을 추출하는 바이오매스 사업도 추진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