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잇따른 회담에서 천안함 사태와 관련해 깊은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6일 알려졌다. 북 · 중 정상은 최근 미국이 중국과 함께 6자회담 재개를 전제로 논의한 북한의 비핵화 수준과 범위 등에 대한 평가를 두고 심도있게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 4시간이 넘는 회담에서 천안함 얘기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따로 진행한 북 · 중 고위 간부 실무회담에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이 천안함 사고와 서해상의 정황 등을 중국 군에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나 후 주석 모두 이 문제를 먼저 꺼내기는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후 주석과 장시간 회담에서 6자회담 복귀에 따른 북한의 비핵화 접근 방법과 향후 수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뉴욕에서 열린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 개최에 맞춰 중국을 방문했다"며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알리기에는 매우 좋은 시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이빙궈 중국 국무위원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달 29일 6자회담 재개에 대해 심도있는 통화를 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12일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유연한 자세를 견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 실장은 "1차 핵안보정상회의의 전반적인 흐름은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가 목적이라고 하지만 '비확산' 위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같은 관점에서 후 주석은 김 위원장에게 6자회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 위주의 북핵 해법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천안함 사고를 밝혀 줄 뚜렷한 물증이 없는 가운데 미국이 이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NPT 평가회의를 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비확산 문제를 다루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