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먼저냐,6자회담 재개가 우선이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방중 이후 벌어질 한반도 주변국들의 치열한 '외교적 수싸움'의 핵심이다. 이를 놓고 6자회담 당사국들의 밀고 당기기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한반도가 주변 강대국들의 외교 역량 시험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전선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북한과 중국이 각기 공동 보조를 취하는 모양새다.

◆"한 · 미 공조 이상없다"

천안함 사고 이전만 하더라도 6자회담에 대해 한 · 미 · 일 · 중 · 러는 큰 이견이 없었다. 어떻게 하든 북한을 조속히 회담 테이블로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렇지만 천안함 사고에 이은 김 위원장의 방중은 편을 가르는 결정적 배경이 됐다.

우리 정부의 입장은 명확하다.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천안함 사건 해결 전 6자회담은 없다는 게 확고한 방침"이라고 못을 박았다. '해결'의 기준은 사고 원인이 나온 다음 단호한 조치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는 게 박 대변인의 설명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포함한 구체적인 대북 조치 이행 전까지 6자회담 재개 논의는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은 기류가 다소 복잡하다. 지난 4일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기대한다"는 발언을 하자 '천안함 사고 대응'과 '6자회담 재개'라는 투 트랙 전략을 취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우리 외교 라인에 비상이 걸렸음은 물론이다. 물밑 긴급 조율에 나서 공조 모양새를 연출했다. 결국 크롤리 차관보는 이날 "천안함 조사 결과가 나온 후 6자회담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의 (천안함) 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성 김 북핵특사도 "한국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겠다"고 우리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박 대변인은 "한 · 미 당국은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 · 중 균열은 없다지만

박선규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한 · 중 상하이 정상회담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설명했고 지금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양국 관계에 균열은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중국은 북한 관련 문제에는 특유의 등거리 노선을 보여 왔다는 점에서 우리의 전략이 쉽게 먹혀들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분석이 많다.

당장 중국 외교부는 이날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해 "어떤 국가 지도자의 방문을 받아들이는 것은 중국의 내부 문제이며 주권의 범위에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위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정부가 천안함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을 허용한 중국에 항의했다는 보도에 대한 입장을 요구받고 이같이 밝혔다. 장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항의를 받은 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안함 침몰 사건이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는 각국 언론의 보도에 대해 "언론의 추측"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천안함 침몰 사건의 원인이 북한에 있는 것으로 잠정 결론내렸다'는 보도에도 언급,"아직까지 한국 정부로부터 공식 조사 결과를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원론적인 입장을 개진한 것이기는 하지만 내심 김 위원장 방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부정적 시각과 천안함 보도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향후 조율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