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년의 부친에게 아들의 심장을 백인을 위해 달라고 부탁하자,그분은 내 아들의 심장은 유색인 전용이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내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토록 오랫동안 그를 모욕하고 권리를 박탈해온 백인들에 대해 원망과 증오가 없었다. "

크리스 바나드 박사의 이 말에 인종주의 골수분자들은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나 박사는 물러서지 않고 흑인의 심장을 백인의 가슴에 이식했다. 그는 이제 '인종화합의 상징'으로 불리는 백인 영웅이 됐다.

'남아공의 마더 테레사'로 추앙받는 헬렌 리버만은 백인 의사의 안락함을 버리고 흑인들의 인권과 생활수준 향상에 헌신했다. 이들과 함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데스몬드 투투 주교는 남아공의 네 영웅으로 불린다. 투투 주교는 1984년 남아공 인종차별 문제를 세계에 알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만델라 대통령은 27년간 수감생활을 겪었지만 백인들을 용서하고 '무지개나라'를 건설했다.

《검은 밤의 무지개》는 이들 네 영웅의 휴먼드라마를 중심으로 400년에 걸친 남아공의 역사를 펼쳐낸다.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는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에 버금가는 사상 최악의 인종분리 정책이다. 흑인들은 자신의 거주지에서만 살고 통행증을 지참해야 거리를 다닐 수 있었다. 백인과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다. 가족 중 한 명이라도 피부색이 다르면 따로 살아야 했다. 500만명의 백인은 이 정책으로 2500만명의 흑인을 지옥으로 몰아넣었다.

저자는 네덜란드인이 상륙한 이후 남아공 역사를 4부로 나눠 전개한다. 네덜란드인이 흑인에게 뿌리 깊은 증오심을 갖고 분리정책의 씨앗을 잉태하게 된 경위,2차대전 후 인종분리 정책을 입법화해 시행하는 과정,암흑의 시대에 저항하고 무지개를 건설한 네 영웅의 스토리를 책에 담았다. 인도의 휴먼 드라마를 그려낸 《시티 오브 조이》의 저자답게 역사적 사실에 작가적 상상력을 보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